차라리 술이 곤드레만드레 되어 대문을 우당탕 두드려대던 옛날의 그이가 나을 것 같다. TV 9시뉴스도 시작하기전 집에 들어와 조용히 밥먹고 머리가 떨어져라 신문만 보다가 말없이 잠자리에 드는 남편.
잠든 체 눈을 감고 있지만 곁에 누운 남편의 숨소리만 들어도 안다. 오늘밤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구나.
내일은 말해야지. “여보 잠 안오는데 잠든 체 애쓸 필요 없어요. 곯아떨어질 때까지 우리 어린이놀이터라도 몇십바퀴 뜁시다.”
불면증을 달래는 법. 조언은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화중교수.
①잠들기전 부부가 함께 가벼운 산책을 하자.
②카페인 없는 따뜻한 차를 준비하자. 모과차 대추차는 향만으로도 푸근한 마음을 갖게 한다.
③한잔의 포도주를 함께 마시자. 과음은 숙면의 적이지만 약간의 술은 잠의 요정이다.
④따뜻한 물에 20분 정도 몸을 담근다. 단, 샤워는 도움이 안된다.
⑤머리맡에 가벼운 수필집과 만화책을 놓아두자. ‘살아남아야 한다’며 잠자리에서까지 처세술책을 펴드는 남편에게 여유를 선물하자.
⑥방안이 너무 춥거나 덥지는 않은가. 20도 정도가 숙면에 적당.
⑦겨울이라고 문을 꽉 닫아놓아 침실의 공기가 탁하지는 않은가. 촉수 낮은 스탠드는 준비돼 있나.
⑧깊은 숨을 규칙적으로 몰아쉬면 스르르 잠이 온다. 분만할 때 호흡을 조절했던 기억을 되살려 남편 옆에서 초침시계로 하나둘셋넷 박자를 세어주면 도움이 된다.
⑨머리를 비우고 마인드컨트롤로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려보자. “여보 우리 신혼여행갔던 제주도, 그때 우리 뽀뽀하는 사진 찍었던 유채꽃밭 생각나.”
〈정은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