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鎔宰기자」 『칼라는 버튼다운으로 해주시고 소매는 가우스버튼하고 일반단추를 함께 쓸 수 있게, 이름은 왼쪽 주머니에 이니셜만 새겨주세요』
LG그룹 회장실의 趙誠鎬(조성호·28)씨는 최근 전화로 와이셔츠를 3장 맞췄다. 서울 이태원에 있는 조씨의 단골 셔츠 맞춤집에는 이미 그의 몸사이즈가 등록돼 있기 때문에 전화 한통이면 원하는 스타일의 셔츠를 맞출 수 있다.
『전화주문후 찾으러 가는 번거로움만 감수한다면 나만의 독특한 패션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가격도 기성 셔츠의 반값밖에 안되니까 부담이 없습니다』
「옷차림도 전략」이라는 광고카피가 실감이 나는 시대. 신세대 직장인들은 더이상 검정색이나 감색 싱글 양복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복장이 가장 보수적인 금융권에서도 학창시절 교복자율화를 경험한 신세대들은 남다름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H은행의 洪모씨(29)는 입사초기의 구박을 무릅쓰고 베스트드레서로의 확고한 지위를 다졌다. 지난해 입사때만해도 분홍빛 셔츠에 베스트를 받쳐 입은 스리피스 정장, 무스로 올려세운 머리를 보고 선배직원들이 『외상값 받으러온 술집 웨이터 같다』며 면박을 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선배들이 홍씨를 따라 한다. 컬러셔츠에 4버튼식 정장은 물론 캘빈클라인이나 조르지오아르마니 향수를 뿌리는 등 「청출어람(靑出於藍)」하는 선배직원들이 생겨난 것.
홍씨는 『회사원의 옷차림은 깨끗하고 단정하다는 조건만 충족시킨다면 그밖의 개성표현은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장부터 신입사원까지 유니폼같은 보수적인 복장을 하는 분위기에서는 창조적인 발상이 나오기도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삼성물산의 경우 아예 사내 화장실에 젤과 스프레이가 비치될 정도로 사원들의 깔끔한 차림을 강조하고 있다. 복도 곳곳에는 「삼성맨의 옷차림」이라는 제목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포스터에 나온 「모범답안」은 어떤 모습일까. 무스를 잔뜩 바른 머리에 4버튼 재킷, 컬러셔츠를 입고 동전만한 렌즈로 만든 안경을 쓴 신세대풍 「말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