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클리닉]따뜻한 말에 신나는 출근길

  • 입력 1998년 3월 8일 20시 03분


토요일 오후 12시반. 전대리는 작성하던 1·4분기 영업증대 계획서의 관련자료를 가방에 넣고 회사를 나섰다.

완성하려면 서너시간은 더 걸릴 것 같고 집에 가서 일하면 점심값도 아낄 수 있다는 속셈에서다. 집에 도착해 라면에 밥을 말아서 거하게(?) 점심을 먹고 소파에 기대서 한시간가량 눈을 붙이고 나니 매일 10여개의 대리점을 돌아 다닌 지난 닷새 동안의 피로가 조금은 가시는 것 같다.

어둑어둑해질 무렵에야 일을 끝내고 오랜만에 아내와 동네 탁구장에 들러 한판 치고 나서 포장마차에 나란히 걸터 앉았다.

“큰 식품회사 하나가 부도 났다는데 당신 회사는 괜찮죠? 내 친구 영란이 알죠? 그애 남편도 회사 안나간대요. 어제는 면목동에 가서 어머니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어요. 감기인데 2, 3일 지나면 괜찮으시대요.”남편의 왼손을 만지작거리며 소곤거리는 아내의 얘기를 듣다가 전대리는 새삼스레 느꼈다. 어려운 시대에 별탈없이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아내의 특별한 배려 때문이었다는 것을.전대리는 지난 한주일간의 아내를 생각한다. ‘월요일 저녁상을 물린 뒤 5천원 주고 샀는데 멋있지 않느냐며 새 넥타이를 흔들어 보였지. 화요일 퇴근후에 대리점 몇군데를 들러 늦게 돌아오니 좋아하는 병어회 무침과 소주 반병을 내놨어. 수요일에는 자리에 누워 새삼스레 신혼여행 얘길 꺼내 나를 웃겼지. 목요일에는 바닥난 지갑에 3만원을 몰래 넣어 뒀어.’전대리는 아내의 손을 꼭 잡으며 다짐했다.

“나도 당신을 더욱 살맛나게 해 줄거야.”

김원규(퍼스널석세스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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