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과장! 이쪽을 쓰시오. 그게 좋을 거야.” 구차장은 방금 집어든 볼펜으로 책상 위에 놓인 이력서 두장 중에 한쪽을 두드리면서 말했다.
“신입사원은 좀 곤란한데요.” “그럼 누구를 쓰겠다는 말이오?” “미스전을 저희 팀으로 보내 주시지요.” “우리 인사팀이 요새 불난집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잘 알 텐데 미스전을 빼내주고 날 보고 신입사원을 부려 먹으란 얘기요?” “뭐니뭐니해도 영업이 잘 돼야 회사가 잘 돌아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기는 그렇지.본인 얘기도 들어봐야 하고…. 생각해 봅시다.”
탁과장이 돌아가고 난 뒤 구차장은 미스전을 불러 “영업팀에 가서 일해보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요즘같은 세상에 그만두라는 말이 아닌 것만해도 고맙죠. 하지만 전 이달말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겠습니다. 결혼준비도 해야겠고, 볼펜을 골라쓰듯 사원들을 ‘쓰는’ 차장님의 생각을 따르고 싶지 않습니다.”
사내에서 인사 관련 대화를 할 때 누구누구를 ‘쓴다’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람은 자신의 가치가 인정될 때 신바람나게 일하고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조직에 기여한다. 사람을 부리고(使), 쓰는(用)시대는 지났다.
김원규(퍼스널석세스아카데미·PSA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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