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안내문이나 문화유산 관련 서적은 대부분 이 기와를 ‘도깨비 기와’라고 설명하고 있다. 귀면이 도깨비 얼굴이라는 말이다. 정말 도깨비 얼굴일까. 아니다.
그런데도 귀면이 도깨비로 둔갑한 것은 어인 까닭인가. 문화유산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 무책임 탓이다. 80년대초 누군가 도깨비 기와라고 한번 부르자 그 뒤 아무런 반성없이 그대로 사용해오고 있기 때문. 귀면 문양은 ‘초자연적 존재인 귀(鬼·귀신)의 힘을 빌어 사악한 것(재앙 질병 등)을 물리치겠다’는 벽사구복(벽邪求福)의 민간 신앙에서 비롯된 일종의 디자인이다. 그래서 주로 기와나 문고리 등에 새겨 넣어 건축물을 장식하는데 사용됐다. 사악한 것을 물리쳐야 하니 얼굴 모습은 당연히 험악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포와 괴기보다는 익살과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바로 선인들의 해학과 여유다.
문제는 도깨비가 아닌데도 이것을 도깨비로 부르고 있다는 데 있다.
귀면 문양은 우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에도 있다. 이것은 한국 중국이라는 비슷한 문화권에서 비슷한 목적을 위해 사용했던 하나의 상징일 뿐, 도깨비는 아니다. 그 모습은 차라리 맹수에 가깝다.
그러면 우리 도깨비는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안타깝게도 도깨비 그림은 물론이고 관련 기록도 별로 남아 있지 않아 지금으로선 그 원형을 정확히 그려내기가 쉽지 않다.
흔히 보아온 ‘머리에 뿔이나 혹이 나고 원시인 옷차림으로 쇠방망이를 들고 있는’ 모습 역시 우리 도깨비가 아니다. 일본 귀신 ‘오니(鬼)’의 모습이다. 우리 도깨비엔 뿔이나 혹이 달린 경우가 없다. 쇠방망이를 들고 다니지도 않는다. 일제시대때 일본 민담이 마치 우리 민담인 것처럼 잘못 알려졌고 그런 와중에 일본 귀신 오니가 한국 도깨비인양 행세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각종 민담이나 기록 등을 통해 우리 도깨비의 캐릭터를 찾아내는데 여념이 없는 도깨비 전문가 김종대씨(국립민속박물관·민속학)는 우리 도깨비의 생김새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한국 도깨비는 상머슴 같다.덩치가 크고 털이 덥수룩하다. 누렁내가 나고 패랭이를 쓰고 다닌다. 성욕도 강하다. 도깨비는 귀신과 다르다. 귀신은 괴인의 모습이고 인간과 적대적이지만 도깨비는 그렇지 않다. 사람처럼 행동하고 사람과 관계를 맺으려 한다. 심지어는 사람과 성관계를 가질 수도 있다. 우리 도깨비는 이처럼 인간적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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