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락 깊숙이 들어앉은 산협고을이 많기 때문에 맛깔스럽고 정갈한 식사를 제공하는 음식점 찾기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날아가는 새조차 넘기가 쉽지 않다는 문경새재 주흘산 등성이가 북쪽으로 삼엄하게 가로놓였기에, 세상과 무시로 접촉하기 쉽지 않아 범절이 고집스럽고 타협에 능숙하지 못했다.
옥수수 고구마 감자같은 밭작물의 소출을 일용할 양식으로 삼았던 부박한 삶이었기에 갯마을처럼 찬반이 맛깔스러울리 전혀 없었다. 길쌈으로 애옥살이의 시름을 달래다보니 안동의 계추리가 나왔고, 바다가 멀리 있었으므로 처녀가 시집갈 때까지 먹은 생선이라면 장마당마다 끌고다녀 찌들고 굳어진 간고등어 한손 정도라는 말까지 회자됐다.
휘어지지 않고 뚝뚝 부러지는 사투리처럼 경상도 내륙의 산세도 말씨를 닮아 우렁차거나 험준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동쪽으로 발길을 옮겨 놓으면 그토록 가파른 산맥들은 푸르른 동해와 어우러져 그지없이 아름다운 풍광을 사계절 유지한다. 그 산과 바다와 온천과 이름난 약수터가 많기 때문에 연중 어느때나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안동을 중심으로 경상북도 내륙지방에서는 십여년 전까지도 여자가 장터 출입하는 것을 금기시해 왔다. 전통적으로 내외를 엄중하게 가렸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가와 전통가옥들이 빼곡하고 즐비하다. 그러나 시절이 수상하게 되면서 이젠 경상북도 내륙 어느 장터를 찾아가도 푸성귀와 반찬을 팔고 있는 노파들을 무더기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종류의 찬반과 먹을거리들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자연 음식점의 식사도 까다로운 여행자들의 입맛에 따라 맛깔스러워졌다. 구태여 정동진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경상북도 동해의 포구에서 정동(正東)에서 떠오르는 아침해를 가슴으로 끌어안을 듯 조우할 수 있다.
경주와 경주 남산,가야산과 주왕산이 있고 불영계곡과 백암과 덕구온천이 자리잡았다. 직지사와 도산서원이 있고 하회마을이 있다. 망양 대진 칠포를 비롯한 열 군데가 넘는 해수욕장들이 동해에 자리잡고 있다.
경주에서 잠시 발길을 돌려 영덕대게로 유명한 영덕으로 들어서면 눈이 시리도록 짙푸른 바다가 바라보이는 해안도로가 강원도와 경계선인 울진까지 속시원하게 뚫려 있다. 그러나 무작정 달려갈 일이 아니다. 청정해역에서 갓 잡아올린 싱싱한 해산물을 막고추장에 찍어 먹는 별미의 추억을 당신에게 선사할 한적한 포구들이 점점이 들어앉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지나친다 할지라도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뚝뚝 부러지는 듯한 별미쩍은 사투리와 좀처럼 속을 내보이지 않는 가슴 속 깊은 곳에 들어앉은 경상도의 두툼한 인심을 경험하는 일이다.
김주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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