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가 최근 30대 중심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풍류마당, 막걸리 문화로 상징되던 80년대를 지나 90년대엔 폭주족의 굉음과 힙합댄스 열풍이 불었던 대학로. 요즘들어 찾는 사람이 다양해지면서 주말 하루 평균 50만명이 몰린다. 대학로가 갖춘 ‘공간의 힘’은?
▼ 대학로와 30대▼
대학로주차장 전면에 있는 라이브 재즈카페 ‘천년동안도’. 색소폰과 드럼소리가 리드미컬하게 밤하늘에 울려퍼진다. 맥주를 마시며 손뼉치고 열광적으로 몸을 흔드는 손님 중 절반은 30대. 혜화동로터리∼이화동 사거리에 이르는 1.1㎞간. 50여개의 소극장과 5백여 카페가 밀집된 대학로에서 과거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대학로의 변신은 2,3년 전부터 시작됐다. 바탕골 소극장 뒷편 8백50평규모의 주차장 주변에 대형 카페촌이 형성되면서부터.
이탈리아 멕시칸 프랑스 인도 베트남 등 각국 음식들이 이국적 정취를 느끼려는 사람을 유혹하는 것도 이곳의 특색. 이탈리아음식점 ‘로마의 휴일’의 송영진부장은 “정오경 계모임을 한 뒤 3시반 연극을 보는 주부가 하루 40∼50명에 이른다. 처녀시절의 낭만을 기억하는 ‘분위기파’가 많다”고 말한다.
30대 의사 변호사 영화인 등이 공동출자해 만든 라이브카페 ‘동숭동에서’와 남녀 독신자의 멤버십카페 ‘엘리피아’도 30대 문화공간의 선두주자. 그러나 대학로엔 디슴코테크와 여관이 없다. 단란주점은 ‘키메라’ 한 곳이지만 ‘유흥’ 단란주점이라 보기 어려운 수준.
▼ 퍼포먼스의 거리 ▼
이곳에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즉흥 거리공연’. 거리의 악사 개그맨 화가 점술가 댄스그룹 등이 나름의 퍼포먼스를 꾸준히 펼치고 있다. 가족과 대학로를 찾은 김성환씨(34). “걷기만 해도 흥분됩니다. 풍물을 보노라면 ‘옷을 벗고 있어도 개의할 필요없는 목욕탕의 자유로움’에 빠집니다.”
▼ 문화의 용광로 ▼
독립예술제(15일까지)와 서울국제연극제(10월15일까지)가 열리고 있는 대학로는 거리 카페 소극장이 어우러져 하나의 거대한 공연장이 된듯. 마로니에공원과 동숭아트센터 앞에서는 주말 오후마다 보디페인팅 여성국극 록그룹공연 마임 뮤지컬 등이 무료로 펼쳐진다. ‘칸트’ ‘허드슨’ ‘라이브시티’ 등의 카페에서는 10월부터 매일밤 즉흥 연극.
PC통신 문화동호회도 다음달 ‘사이버아트페스티벌’을 열고 ‘세상진출’을 시도한다. 놀이공간 ‘꼴’의 대표 이준한씨(32). “독립문화를 꿈꾸며 신촌이나 홍익대 앞에서 활동하던 클럽밴드들도 폐쇄성의 한계를 느끼며 대학로의 개방된 공간으로 나오고 있다. 대학로는 갖가지 실험적인 문화가 녹아드는 ‘용광로’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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