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창]통한의 日帝 36년 그린 「일제시대」

  • 입력 1998년 9월 28일 19시 06분


1910년 8월22일 오후1시. 창덕궁과 덕수궁의 전화는 끊어진채 창덕궁 대조전 옆 흥복헌에서 대한제국 최후의 어전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신들이 모두 가하다 하니 짐도 이의가 없소.” 너무나도 짤막한 이 한마디로 5백년의 조선왕조는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한일합방 조약 체결의 전권이 이완용에게 넘어간 것이다.

백성들의 눈은 가려지고 귀는 닫혀진채 그 망국의 날에도 항쟁의 소리 한마디 없이 너무나도 조용하게. 그리고 7일 뒤….

이 통한의 역사. 그런데도 교과서엔 단 몇줄의 기록뿐이다. 중국의 마지막 황제 푸이에 대해선 이것저것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우리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는 우리들.

일제침탈과 독립투쟁의 36년사를 기록한 이 대하소설은 이같은 부끄러운 현실에 대한 반성이다.

이 책은 특히 비운의 황제 고종의 내면세계를 통해, 우리가 잘 아는 듯하지만 모르고 지나친 역사의 흔적들을 보여줌으로써 흥미와 함께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제공한다. 강제로 을사조약을 체결하고 왕위와 아들까지 빼앗기며 덕수궁에서 유폐와 다름없는 나날을 보내다 의문 속에 죽어간 고종의 비극적 일생. 근대를 향한 그의 꿈과 좌절 속엔 우리 근현대사의 비극이 그대로 함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밖에 3·1운동 전야, 애국인사들의 숨막히는 움직임을 그린 대목이나 안중근이 손가락을 자르며 투쟁의 의지를 불태웠던 모습을 묘사한 대목은 IMF시대의 비애감을 일거에 날려버릴만큼 장쾌하고 감동적이다. 전인교육. 10권 발행(전12권). 각권 7,000원.이이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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