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창]여자가슴 둘러싼 인류사「유방의 역사」

  • 입력 1999년 2월 22일 19시 40분


풍요와 다산의 상징, 쾌락과 즐거움의 원천, 종교적 숭배의 대상, 상업적 돈벌이 수단…. 인류역사상 여성의 가슴을 바라보는 시각은 계속 변해왔다.

그렇다면 ‘유방은 과연 누구의 것’이었는가.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여성과 성별연구소’ 부소장인 저자는 이러한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며 각 시대별로 유방의 함의(含意)와 그 기호화된 이미지에 대해 분석한다.

“18세기 스웨덴의 식물학자인 린네는 인간과 비슷한 태생(胎生)동물의 강(綱)을 ‘포유류’라고 정의했다. 인간의 정체성을 ‘유방이 달린 동물’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이로써 유방은 종교적 도덕적 한계에서 벗어나 사회전면에 등장하게 됐다.”

저자는 유방에 대해 종교, 신화, 가정, 정치, 정신분석학, 심리학, 의학, 상업, 여성해방의 시각 등 총 9개 영역으로 나눠 유방에 대한 인식의 변천사를 경쾌한 필치로 그려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역사적 사건과 쟁점들을 유방과 연관해 설명하고 다양한 그림과 사진을 활용해 인문학적 책읽기의 즐거움을 더한다.

저자는 인류역사상 유방은 남성에게는 섹스의 즐거움으로, 정치가에게는 국가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속옷장사에게는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돼왔다고 설명한다. 결국 한번도 여성의 소유는 아니었다는 것.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서야 유방을 여성 자신의 것으로 만드려는 시도가 시작됐다. 1960년대말 여성해방운동의 출발점이 된 ‘브래지어 화형식’이 그 계기.

‘여성해방〓유방해방’이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그 화형식은 모유 양육을 할 것인지, 유방키우기 시술을 받을 것인지 등 유방에 대한 모든 것을 여성 스스로 결정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메릴린 예롬 지음.윤길순 옮김. 자작나무. 12,000원.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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