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10주기를 맞아 발간된 ‘기형도전집’은 그래서 얼마간 새삼스럽다. 그를 추모하자기엔 그의 시가 아직도 너무나 ‘현재형’으로 읽히고 있기 때문에….
3백56쪽짜리 양장본 한권에 다 담긴 기형도의 세계는 ‘입속의 검은 잎’, 산문집 ‘짧은 여행의 기록’(90년) 등 기왕에 발간된 책들과 미발표시 20편, 단편소설 ‘겨울의 끝’ 등이다.
대학 초년생 때 쓴 미발표작들은 “기형도 시의 순정한 기원”(편집위원 성석제)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그의 시에 일관된 ‘죽음과의 긴장된 공존’이 은유로 포장되지 않은 채 날 것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인간에게는 죽음 앞에서도 초연한 무엇이 있어.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의 끝까지 의연한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것보다 아름다운 행위는 없다고 생각해.”(‘겨울의 끝’중)
문학과지성사. 13,000원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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