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할머니’가 된 작가. 그의 일곱번째 창작집은 젊은이들이 보기엔 무슨 맛으로 살까, 싶은 늙은이들 얘기가 대부분이다. 단편들은 작가의 말 그대로 늙은이 너무 불쌍해 마라, 늙어도 살맛은 여전하단다,그래주고 싶어 쓴 이야기들처럼 읽힌다.
“나는 아직도 사는 것을 맛있어하면서 살고 있어요. 물론 맛있다는 게 단맛만은 아니지요.쓰고 불편한 것의 맛을 아는 게 연륜이고, 나는 감출려야 감출 길 없는 내 연륜을 당당하게 긍정하고 싶어요….”
초로의 과부와 멋쟁이 홀아비와의 연애감정을 그린 ‘마른꽃’을 보자. ‘지금 조박사를 좋아하는 마음에는 그게 없었다. 연애감정은 젊었을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는데 정욕이 비어 있었다. 정서로 충족되는 연애는 겉멋에 불과했다.…정욕에 눈을 가리지 않으니까 너무도 빠안히 모든 것이 보였다….’
작가의 글은 여전히 ‘젊다’. 섬세한 감성과 치밀한 묘사 속에 일상의 숨결, 그 진부한 삶의 풍경을 뜨거운 질감으로 껴안는다. 감정의 흐름이, 마음 속의 갈피가 마치 칼에 베인 듯 뚝뚝, ‘듣는다’. 박완서의 소설이 읽히는 이유? 요컨대 그의 작품은 드물게, ‘사람 사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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