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양아치를 일컫는 10대들의 속어)라 불리는 고교 문제학생들과 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한 교사의 ‘화해’를 그린 한국영화 ‘짱’의 얘기다. 당초 ‘15세미만 불가’를 신청했던 제작사에서는 21일로 예정했던 개봉을 미루고 이달말 이의신청을 통해 재심을 받겠다고 나섰다.
이 문제에 대해 영화계 일각에서는 영화속 욕설과 폭력이 청소년에 비치는 영향 보다는 교사들의 항의를 더 우려한 판정이라는 소리가 나돌고 있다. 교권을 침해했다며 교원단체에서 거세게 반발했던 영화 ‘여고괴담’의 전례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한 몸조심이라는 지적이다.
아닌게 아니라 ‘짱’에는 학생이 교사에게 불온한 태도를 보이는 장면이 적지 않다. 문제아들을 사람취급도 하지 않는 교사의 차를 송곳으로 긁다가 실수이기는 해도 불까지 내는 장면이 나온다. ‘X나’ ‘△쌔’같은 상소리가 난무하고 패싸움과 칼부림도 등장한다.
그러나 이같이 눈에 보이는 몇몇 장면으로 인해 이 영화가 연소자 관람불가가 된다면, 현실속의 학교, 일부 모습 역시 ‘연소자 입장불가’가 돼야하는 건 아닌지 의아스러워진다. 어른들이 성역으로 믿고 싶어하는 우리 아이들의 학교에선 욕설 폭력 지나친 체벌, 비교육적 언사 같은 일들이, 정말 믿고 싶진 않지만 실제상황으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학생들의 가슴속에도 그들만의 ‘소리’가 있음을 일깨워준 영화속 교사는 결국 학교에서 쫓겨난다. 이들의 아픔을 그린 영화가 정작 주인공들을 관객으로 한 영화판에는 끼어들지 못한다는 현실이 더욱 극적으로 느껴진다.
〈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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