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에 쓰인 슈베르트의 ‘아우프 뎀 바서 추 징엔’이 ‘물 위에서 노래하다’를 뜻한다는 것을 B씨는 공연장에 가서 해설 팜플렛을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우리말 곡명을 써주었으면 먼저 음반을 들어볼 수 있었을 텐데.” B씨는 조카에게 불평을 했지만 “다들 원어만을 쓴다”는 대답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연주회 안내전단에 실린 작품표기가 지나치게 전문인 위주로 쓰여 있다. 일반인에게 생경한 독 불 이탈리아어를 번역없이 싣거나, 일반인에게 익숙한 장르별 번호(예:교향곡 1번)대신 작품번호(op.로 표기)와 조(調)표시만을 실어 음악 전공자 조차 관련서적을 찾아보아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신진 무명 연주가가 여는 독주회 실내악 등 작은 편성의 ‘비인기’연주회일수록 곡목표기는 더욱 불친절한 편이다.
음악애호가 M씨도 최근 연주회 전단을 받아들고 한참을 고민했다.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d단조 작품 31―2’라고 영문으로 적혀 있었지만 평소 조 표시도, 작품번호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그로서는 어떤 작품인지 알기 힘들었다. M씨는 음악사전을 뒤져보고서야 이 작품이 소나타 17번 ‘템페스트’임을 알 수 있었다.
조성진 전 예술의 전당 예술감독은 “원어와 전문용어만으로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관행은 음악가들의 자기도취에서 나온 직무태만”이라며 “작은 곡목소개부터 일반인에게 다가가도록 할 때 음악가의 존재기반인 청중이 하나라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