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술의 전당 문호근 예술감독의 말. 공연 며칠전에야 비로소 방송광고를 비롯한 대대적 홍보작전에 나서니 관객들이 짜임새있는 ‘문화생활 계획’을 세울수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그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문화정보지 등을 통해 몇달 뒤의 관람계획을 세우는 공연선진국들 청중에 비해 우리나라 관객들은 ‘며칠뒤 누가 내한합니다…’라는 식의 ‘깜짝 정보’에 길들여져 왔다.
예술의 전당이 ‘공연 사전예고제’를 표방하고 나섰다. 자체 기획공연은 6개월분의 캘린더를 완벽하게 마련해 변동없이 시행하고, 외부 대관공연도 최소 3개월분은 사전에 확정하겠다는 것.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등 우리나라 주요 공연장은 매년 연말이 돼서야 다음해의 공연일정을 확정한다. 그런데도 왜 공연예고제가 시행되지 못했을까.
무엇보다 공연기획사들의 영세성을 꼽을 수 있다. 구체적 계획없이 마구잡이로 대관한 뒤에 이런 저런 이유로 취소하는 공연이 많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IMF 한파가 닥친 금년, 해외 교향악단과 실내악단등 규모 큰 연주단체의 초청계획은 대부분 예외없이 ‘취소’‘재(再)대관’의 절차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공연기획사들도 할말이 많다. 공연장들이 외국과 달리 1년 단위로만 대관신청을 접수하니 연주자들의 일정에 맞춰 안정적인 공연계획을 잡을 수 없었다는 것. 문감독이 “앞으로 계약내용이 확실하고 내실있는 공연이라면 2,3년뒤 일정까지 확정해 대관계약을 하겠다”고 밝혔으니 지켜볼 일이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