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환 윤문식 최주봉 김성녀씨 등 출연 배우들이 대부분 참석했던 이 자리는 공연홍보보다 ‘악극 비판론’에 대한 성토 마당이 됐다.
악극비판론이란 90년대 중반부터 일어난 악극 붐에 대해 정통 연극계에서 “한국 연극을 후퇴시켰다” “지나친 장삿속이다”이라며 꼬집는 지적.
그러나 박인환씨는 “중장년층을 겨냥한 공연이 없는 현실은 연극계의 책임”이라며 “악극을 보러 오는 사람을 고무신 관객으로 여기는 것은 지적 놀음에 젖은 이들의 아집”이라고 말했다.
마당놀이로 낯익은 윤문식씨는 악극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악극은 배우들의 ‘광대끼’로 승부가 난다는 점에서 우리의 전통놀이와 유사하다”며 “관객들을 무조건 추종한다는 시각은 너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출연진의 말은 1시간넘게 계속 됐다. 그만큼 무대나 TV에서 대중적 인기를 다진 이들에게 그만큼 악극 비판론이 사무쳤기 때문일까. 아니면 같은 연극인들끼리 서로 나누는 비판치고 너무 서운했기 때문일까.
이런 논쟁에서 판정 기준의 하나는 관객들의 반응이다. 93년 ‘번지없는 주막’이래 악극은 중장년층에게 좋은 볼거리로 자리잡았다. 이달 중순의 ‘며느리 설움’도 연장 공연에 들어갈 정도로 장년층이 몰렸다.
그런 만큼 박인환씨 등이 고민해야할 문제는 연극계의 평가보다 공연의 완성도다. 이미 악극의 고정팬층이 형성된 이상 작품을 통해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감동과 신명을 주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번지없는 주막’은 93년 공연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으로 출연배우와 배역이 대부분 그대로다.
31일∼2월21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평일 오후4시 7시반 주말 및 공휴일 오후3시, 6시반(월 쉼) 02―369―2912.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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