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향기]마종기 「방문객」

  • 입력 1999년 2월 7일 19시 29분


무거운 문을 여니까

겨울이 와 있었다.

사방에서는 반가운 눈이 내리고

눈송이 사이의 바람들은

빈 나무를 목숨처럼 감싸안았다.

우리들의 인연도 그렇게 왔다.

눈 덮인 흰 나무들이 서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복잡하고 질긴 길은 지워지고

모든 바다는 해안으로 돌아가고

가볍게 떠올랐던 하늘이

천천히 내려와 땅이 되었다.

방문객은 그러나, 언제나 떠난다.

그대가 전하는 평화를

빈 두손으로 내가 받는다.

―시집 ‘이슬의 눈’(문학과지성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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