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향기]장석남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 입력 1999년 2월 11일 19시 26분


죽은 꽃나무를 뽑아낸 일뿐인데

그리고 꽃나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목이 말라 사이다를 한 컵 마시고는

다시 그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잘못 꾼 꿈이 있었나?

인젠 꽃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잔상(殘像)들

지나가는 바람이 잠시

손금을 펴보던 모습이었을 뿐인데

인제는 다시 안 올 길이었긴 하여도

그런 길이었긴 하여도

이런 날은 아픔이낫는것도섭섭하겠네

―시집 ‘마당에 배를 매다’(현대문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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