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었는가
바람이었는가
아니면 창문 열고 먼 길 오신 나의 어머님이시었나
뜨락에 굵은 빗소리
―시집 ‘조용한 푸른 하늘’(솔출판사)에서―
밤에 내리는 굵은 비. 누군들 그 빗소리에 잠깨어본 적 없을까. 새벽 두어시쯤 잠결에 듣는 빗소리는 분명 누군가의 자취 같다. 억지로 헤어진 누군가의 영혼, 혹은 아직 만나지도 못한 헤매는 영혼. 자신도 모르게 돌아누울 때의 그 무심한 몸짓은 어쩌면 삼라만상의 어느 투명한 지점을, 나의 무의식이 지니고 있는 나의 가장 서늘한 지점을 통과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를 일이다.
신경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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