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어서도 얼굴이 탄다
만약 한 사람의 일생을 지구 한바퀴 도는 것에
비유 할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사하라에 있다
폐경의 바다가 다 마르고
조개들이 타오른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내 손목을 잡던 수천의 손가락들이
발바닥 밑에서 뜨겁게 부서져 밟힌다
감싸안은 누더기들이 부서져 날린다
감은 눈 온다
―시집‘나의 불쌍한 사랑기계’(문학과 지성사)에서
千歲不變…천년동안 변치말자. 타클라마칸이라든가 고비라든가 어쩌면 둔황이었을까. 모래사막에서 발견된 천조각에 이렇게 써 있었다 한다. 千歲不變. 누군가의 맹세였으리라. 천년동안 변치말자는. 죽어서도 늙는, 죽어서도 얼굴이 타는, 영원성.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바닥 밑으로 떨어지는 수천의 손가락들. 천년동안 변치말자. 죽어서도 늙자.
신경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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