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향기]유하 「슬픔이여, 좋은아침」

  • 입력 1999년 6월 9일 18시 37분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에게 휴식이란 없다

그는 늘 고통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며

외출을 한다

벌새의 분주한 날개를 타고

상처받은 사람의 영혼은

언제나 몸 밖을 떠돈다

상처보다 깊은

어둠의 노래와 함께

하여, 어느 날, 그대를 찾아온

죽음이라는 영원한 휴일도

그대 영혼을 만날 수는 없었으리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열림원)에서

----------------------------------------------------------

매일 찾아오는 아침과 함께 찾아오는 게 슬픔이라고 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휴식이란 없다고 한다. 그렇구나. 아침마다 슬픔에게 ‘안녕!’하고 인사를 할 수도 있구나. 희망에게가 아니라, 기쁨에게가 아니라, 고통과 슬픔에게 매일 아침인사를 나누는 도저함. 청승스럽지 않아 좋다. 경쾌해서 더욱. 그래, 슬픔이여, 좋은 아침!

신 경 숙(작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