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마다 물이 가득 차 있고
아이들이 물에 잠겨 있지 뭐예요
아가씨, 이상한 꿈이죠
아이들은 창가에서 눈 뜨고
냇물을 끌고 꼬리를 흔들며 마당가 치자나무 아래로
납줄갱이 세 마리가 헤엄쳐 온다
납줄갱이 등지느러미에 결 고운 선이 파르르
떨린다 아이들의 속눈썹이 하늘대며 물 위에 뜨고
아이들이 독을 가르며 냇가로 헤엄쳐 간다
독 속으로 스며드는 납줄갱이
밤 사이 독 속엔 거품이 가득찬다
치자향이 넘친다
그건 사실이 아니잖아요
새언니, 그건 고기알이었어요
냇가로 가고 싶은 아이들의 꿈 속에스며든것일뿐
장마는 우리 꿈에 알을 슬어놓고
아이들을 눈 뜨게 하고
향기로운 날개를 달게 하고
아이들은 물 속에서 울고불고 날마다
빈 독을 마당에 늘어 놓게 하고
―시집 ‘장마는 아이들을 눈 뜨게 하고’(민음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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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에 몸을 뒤트는 아이들을 묘한 환상 속으로 이끄는 시다. 장독마다 물이 넘쳐 있다. 아이들이 물 속에 잠겨 있다.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그건 고기알이었다고… 툭툭 내 뱉는 말이 섬뜩하기까지 하다. 아아, 이 권태로운 장마는 지금 ‘우리 꿈에 알을 슬어놓고 있는’ 중이라네. 물 속에서 울고 불고 하는 ‘아이들을 눈 뜨게 하고’ 있는 중이라네.
신경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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