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샛길 끝에
말이라도 걸면 금방 쓰러질 것 같은
슬픈 초가 한 채
아무도 가지 않고
이따금 내가 가다가 해져서
길 잃고 길 없이
돌아온다
―시집 ‘누이야 날이 저문다’(열림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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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국도를 지나다보면, 혹은 시골 마을의 고샅을 걷다보면 ‘말이라도 걸면 금방 쓰러질 것 같은’ 빈 집들이 누군가의 영혼처럼 서 있다. 누가 살았었을까?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솥이 걸려 있던 부엌, 빨래가 널리곤 했을 마당을 시퍼렇게 뒤덮은 잡초들. 혹, 그 집의 우물은 사람들이 다 떠난 줄도 모르고 아직도 물을 찰랑찰랑 간직하고 있진 않은지. 그 물길 어딘가에 우리가 잃어버린 길이 있는건 아닌지.
신경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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