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들어와
그래도 흩어지는 정신 수습해
변변찮은 일감이나마 잡고 밤을 샙니다
눈은 때꾼하지만 머리는 맑아져 창 밖으로 나서면
새벽별 하나
저도 한 잠 못 붙인 피로한 눈으로
나를 건너다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래 서로 기다려온 사람처럼
말없이 마주 봅니다
살기에 지쳐 저는 많은 걸 잃었습니다
잃은 만큼 또 다른 것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대도시골그곳에서 저별을 보며
고단한 얼굴 문지르고 계신지요
부질없을지라도
먼 데서 반짝이는 별은 눈물겹고
이 새벽에
별 하나가 그대와 나를 향해 깨어 있으니
우리 서 있는 곳 어디쯤이며
또 어느 길로 하야 하는지
저 별을 보면 알 듯합니다
딴엔 알 듯도 합니다
시집 ‘밤에 쓰는 편지’(문학동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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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면 기뻐서 소리를 쳤다. 소녀시절엔 습관처럼 전갈이며 안드로메다며 별자리를 찾느라 눈이 밤하늘을 헤매였고, 스무살이 지나서는 별을 보면 늘 뭣이 그립고 사무쳐 눈물이 나려했다. 지금은 하늘의 별을 보면 죽은 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들이 미처 못다한 말, 못다한 사랑, 못다한 희망… 종내에는 못다한 생(生)이 모여서 별이 되었겠거니. 못다한 것들이 모여 저리 아름답게 반짝이겠거니… 해서 별을 바라보는 순간에는 그리 마음이 서늘한 것이겠거니. 딴엔 별들이 전하는 말을 알듯도 한 것이다.
신경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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