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시티 오브 엔젤’, 지난해말 ‘조 블랙의 사랑’에 이어 23일 개봉될 ‘마이클’까지, 요즘 봇물이 터진 할리우드의 ‘천사표’영화들은 가까이 갈 수 없는 순수의 표상이었던 천사의 이미지를 우리곁의 사람으로 끌어내린다.
뱃살이 만만치 않고(‘마이클’의 존 트라볼타) 심지어 치한같은 느낌을 주는(‘시티 오브 엔젤’의 니콜라스 케이지) 이들 천사는 인간의 음식을 무지무지 좋아한다. ‘마이클’의 천사는 설탕을 엄청나게 먹고 ‘조 블랙의 사랑’의 천사(브래드 피트)는 땅콩버터 맛에, ‘시티 오브 엔젤’의 천사는 배 맛에 푹 빠진다. 건강에 나쁠까봐 안먹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이 인간세상에서 가장 감격하는 것은 사랑이다. 눈에 띄는 여자마다 홀리는 재주를 지닌 ‘마이클’의 천사는 세상사에 지친 두 남녀를 맺어주고 ‘조 블랙의 사랑’의 천사는 여자와의 첫경험에 황홀해 한다. ‘시티 오브 엔젤’의 천사는 사랑때문에 천상을 포기했다. 그래서 시인 정호승은 ‘하느님도 쓸쓸하시다…/사랑하고 싶은 인간이 없어/하느님도 쓸쓸한 저녁 무렵/삶은 때때로 키스처럼 반짝인다’고 했던가.
천사들도 살고 싶어하는 세상, 정작 그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얼마나 기쁘게, 소중하게 삶을 누리고 있는지….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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