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렇게 모셔요]맞벌이 며느리 심정미씨

  • 입력 1999년 1월 28일 19시 22분


“우리는 잘 지내니까 걱정 마라. 너희나 추운데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하렴.”

주부 심정미(沈貞美·29·경기 고양시 일산구)씨는 시어머니(한국자·韓國子·62·강원 강릉시 교동)에게 “네, 또 전화 드릴게요”라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는다.

사내커플로 만난 최종진(崔鍾盡·32·ACN테크 과장)씨와 95년11월 결혼한 심씨는 97년7월 아들 보인(普寅)을 낳기 전까지는 시집 강릉이 멀다는 핑계로 설 추석 여름휴가 등 1년에 세 번만 들렀다. 그러다 맞벌이를 하느라 지난해말까지 시어머니가 1년여 동안 보인을 키워주는 동안 2,3주에 한 번 시댁을 찾았다.

늘 안고 흔들어 주지 않으면 난리를 치는 보인이을 데리고 있으면서 “너희 내외 자주 만나 좋다”며 한 마디 불평을 안 하신 시어머니. 심씨는 뒤늦게나마 시부모의 사랑을 깨달았다.

시아버지(최기용·崔起龍·65)의 퇴직금으로 지은 건물에서 나오는 세로 근근히 생활하면서도 갈 때마다 10만원씩 드리는 용돈을 “기름 넣어라”며 꼭 두 배씩 되돌려주시는 시어머니가 그나마 마다하지 않는 것은 이틀에 한 번 드리는 전화와 매년 올리는 보약.

“우리 아직 젊다. 그 약 먹었더니 10층 건물도 계단으로 뛰어 올라가겠더라”며 기분좋아하시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 아들 최씨는 “늘 죄송스러운 생각 뿐”이라며 “열심히 살아서 부모님께 포근한 노후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다짐한다.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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