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대중문화 동반시대/만화-게임산업]게임

  • 입력 1999년 1월 21일 19시 49분


▼일본의 경우 ▼

사카구치 히로노부, 미야모토 시게루, 스즈키 류, 이노 겐지….

게임 마니아에게는 ‘비틀즈’만큼 유명한 일본의 게임 크리에이터(Game Creator)들이다.

이들은 일본 내에서는 물론 세계 게임시장의 헤게모니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닌텐도·소니·세가, 이른바 ‘게임업계 삼국지’의 소프트웨어를 주무르는 주역들이다.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협회(CESA)에 따르면 98년 일본 게임시장 규모는 7조5천8백억원을 넘어섰다. 해외수출까지 보태면 10조5천억원의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낸 사카구치는 ‘해가 지지 않는 게임왕국’으로 보였던 닌텐도의 몰락과 94년 업계에 뛰어든 후발주자 소니의 정상정복을 이끈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시리즈중 7탄은 한번 시작하면 70시간까지도 게임이 가능한 방대한 스토리 라인으로 ‘게임에 대하소설 시대를 열었다’는 평.

WARP의 대표인 이노 겐지. 고교중퇴 학력의 그는 95년 배경까지 1백% 3D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한 ‘D의 식탁’을 내놓아 입체영화나 다름없는 새로운 게임의 세계를 열었다. 인터넷 정보서비스기능을 갖춘 세가의 가정용 게임기로 선보일 ‘D의 식탁2’가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

미야모토 시게루는 ‘마리오’ 시리즈로 ‘닌텐도 제국’을 열었고 스즈키 류는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로 세가를 지키고 있다. 이들 게임 크리에이터의 활약에 힘입어 액션 어드벤처 롤플레잉 시뮬레이션 전략 등으로 나눠지던 기존 게임의 구분도 무너졌다.

세가의 무네히로 우에무라 홍보기획실장은 “게임 크리에이터에게 학력과 나이는 무의미하다”며 “이들의 창의력을 살리는 것이 회사흥망의 관건이자 관리비법”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경우 ▼

“전자공학과 출신이 번듯한 대기업에 취직해야지 무슨 전자오락이냐. 허구헌날 오락실을 들락거리더니 결국….”

국내 게임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소프트맥스의 개발실장이자 게임 크리에이터인 조영기씨(건국대 전자공학과 4년 휴학).

91년 대학동료들과 컴퓨터 게임을 개발한다며 아마추어 팀을 결성해 속을 썩이던 그가 94년 아예 직업으로 선택하자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다 큰 어른이 무슨 짓이냐”는 것.

소프트맥스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PC용 게임 ‘창세기외전2―템페스트’는 1개월여만에 5만개이상이 팔렸다. 국내에서는 ‘초히트작’으로 분류됐고 최근 일본과 대만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3∼4억원의 개발비가 투자된 이 작품이 10만개 정도 판매되면 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10개 타이틀 중 3개 타이틀이 PC 게임용으로 일본에 수출됐고 창세기 시리즈 중 ‘서풍의 광시곡’은 지난해 대만에서 1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한국첨단게임산업협회가 추산한 지난해 우리 게임시장의 규모는 약 6천3백억원. 멀티미디어 평론가 박병호씨는 “시장의 80%이상이 미국과 일본 제품에 잠식된 상태지만 최근 PC게임용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수출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선수층’은 얇지만 남인환(에일리언 슬레이어) 이원술(퍼게튼 사가) 김무광(팔용신 전설) 등이 국내의 대표적 게임 크리에이터로 꼽힌다.

조영기씨는 “어릴 적 ‘갤러그’에서 ‘파리 떼’를 잡으면서 꼭 내 손으로 멋진 게임을 만들겠다는 꿈을 실현하고 있는 셈”이라며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투자가 있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도쿄〓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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