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자가 사는법]황신교수 집도수술 관찰기

  • 입력 1999년 3월 28일 19시 24분


23일 오전8시반. 서울중앙병원 D로젯(수술장·장미 한송이라는 뜻)의 제1수술장. 간이식수술을 받을 환자가 누워있는 14호 수술실에는 마취팀 간이식팀 간호사 등 10여명이 북적였다.

오전9시. 황교수 등 교수 3명이 수술실 밖 세면대에서 ‘빨간 약’에 비누를 넣은 ‘베타스크럽’을 손에 묻힌 뒤 일회용 솔을 이용, 팔꿈치까지 닦았다.

노란색 소독약을 묻힌 비닐랩을 환자의 몸에 씌워 밀착했다. 수술 중 몸 밖으로 나오는 장기(臟器)가 피부균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배와 가슴부위를 제외한 환자의 온몸을 살균 면으로 완전 도포.

오전9시20분. ‘대낮같은’ 수술장에 다시 수술등이 켜졌다. 황교수는 환자의 왼쪽 대퇴부를 매스로 10㎝쯤 잘랐다. 내피(內皮)가 드러났다. 지혈을 위해 전기소작기인 ‘보비’로 미세혈관을 태우자 매캐한 냄새가 퍼졌다.

오전10시20분. 가슴과 배를 열기 시작했다. 하복부는 가로로, 배에서 가슴까지는 세로로 매스를 이용해 살짝 금을 냈다.

이어 금을 따라 보비로 절개. 복부에서 가슴쪽으로 가위와 보비를 이용해 개복했다. 10여㎝ 열리자 붉그스름한 소장이 몸 밖으로 나왔다. 보비가 소장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며 부지런히 튀어 나오는 소장을 몸 안으로 쓸어넣었다.

절개된 복부가 커지자 곳곳에서 출혈. 보비로 태우는 혈관이 많아지면서 혈관을 태우는 연기가 잠시 담배연기처럼 뽀얗게 피어올랐다.

오전11시. 간이식수술을 집도할 이승규교수가 전화로 진척정도를 물어왔다. 가슴부위까지 완전히 절개된 복벽을 견인기로 목 위에 고정. 수술시야가 넓어졌다.

오전11시10분. 수술복 차림의 이교수가 들어왔다. 이제 황교수의 ‘집도’는 끝났고 그는 ‘이식수술’을 집도하는 이교수의 ‘제1조수’ 역할을 시작했다. 수술은 이튿날 오전1시경 끝났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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