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4살이면 내년에는 유치원에 보내세요. 두뇌개발에 좋다고 해서 저희도 배워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문화센터 E강의실에서 열린 종이접기 강좌 첫시간. 잠원동에 사는 이웃임을 확인한 주부 박연진씨(28)와 유치원교사 이정애씨(30)가 소곤거렸다.
색종이 풀 가위가 그득한 테이블 앞에서 10여명의 수강생은 자못 진지한 표정. 작은 소리로 얘기를 나누던 수강생들은 다시 장미꽃접기에 이어 스티커 사진을 붙일 수 있는 사진틀접기에 몰입.
여성들 사이에 종이접기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90년대초 주부들 사이에 부업 및 아이들 특별활동 지도를 위해 시작된 종이접기가 새로이 각광받고 있다. 경제난을 겪으면서 작은 것에서 생활의 즐거움을 찾거나 작은 정성에 감동을 받으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
기법도 발달해 ‘종이조형’으로 자리잡아 가는 추세. 단순히 배나 비행기를 접는 차원에서 벗어나 조각 지승(종이를 꼬아 만드는 것) 지호(종이풀을 쑤어 만드는 것) 한지그림 한지인형 등 다양하다. 선물용이나 실내장식용 등으로 쓰임새도 다양. 최근 졸업식장이나 입학식장에서 종이조화로 축하하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서울 오금동 동아문화센터 종이접기 강사 이은주씨는 “젊은 여성들은 액세서리로 이용하거나 선물로 주기 위해 종이접기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자녀가 있는 주부의 경우 아이를 직접 가르치기 위해 배우는 경우가 많다. 경기 일산신도시에 사는 주부 이종남씨(40)는 강선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색종이를 갖고 놀다 종이접기에 빠져 학교의 ‘방과후 특별활동’에서 가르쳤을 정도.
교육적 효과도 큰 편. 종이접기를 통해 아이는 기하학적 개념과 정확성을 배우고 집중력 창의력을 기르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서울교대 백석윤교수(수학교육과)는 “초등 기하에서 필요로 하는 도형인 삼각형이나 사각형이 갖는 성질을 무의식적으로 학습하게 해 준다”며 “부모가 함께 하면서 도형의 개념이나 성질을 아이들 수준에 맞춰 설명하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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