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탐대실(小貪大失)〓일기를 국어 공부 수단으로 삼는 부모가 많다. 일기쓰기가 밥 먹는 것처럼 생활이 돼야지 철자 맞춤법 띄어쓰기 등을 바로 잡는 일이 되어선 안된다.
자칫 아이들에게 ‘글자가 틀리면 어쩌나’하는 걱정거리를 만들어줘 일기쓰기가 부담스런 존재로 전락하기 쉽다. 작은 것을 얻으려다 ‘일기의 싹’을 뿌리째 뽑는 것. 일기를 쓰다가 모르는 글자를 써야 할 때는 그 글자에 동그라미를 해두고 넘어가도록 가르치는 것이 좋다.
▽특별한 날은 쉬는 날〓하루 일 가운데 특별한 일을 골라 쓰도록 하는 것도 일기를 애물단지로 만든 걸림돌.
아이들은 잔치 여행 등 특별한 일이 일어난 날에는 일기를 잘 쓰지 못한다. 분위기에 들떠 쓸 마음이 생기지 않기 때문. 이때는 일기를 쓰는 대신 즐거운 분위기에 젖어 신나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게 오히려 교육적이다.
▽잠에는 장사 없다〓일기는 하루 일을 마감하는 밤에 써야 한다는 게 상식. 밥 먹고 숙제하고 일기만 쓰면 하루 일이 끝난다.
그런데 잠이 달콤하게 유혹한다. 졸음을 참고 일기장을 펼쳐도 침착하게 앉아서 일기를 쓰지 못한다. 일기은 잠과 싸우면 백전백패(百戰百敗). 사건을 겪은 즉시 쓰도록 하는 것이 좋다.
▽거짓말장이 만들기〓하루 일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거나 깨달은 점을 쓰라고 가르치는 부모가 많다. 단순히 겪은 일만 써서는 아무 가치가 없다는 것. 일기의 생명은 정직. 일기 끝에 반성을 쓰게 하면 마음에 없는 거짓글을 쓰게 된다.
▽현명한 일기 검사법〓일기는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는 게 원칙. 누군가 본다고 생각되면 정직하게 쓰기 어렵다. 아이의 생각을 알아야 할 부모의 처지에서 일기를 안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일기를 봐도 안본 것처럼 내용을 문제삼지 않는 것이 좋다. 비밀스러운 얘기를 쓴 날의 일기장을 접어두도록 가르치는 것도 방법.
부모는 이날 일기를 읽지 않는다. 더 이상 비밀이 아닌 얘기가 되면 아이 스스로 다시 펴두게 한다.
▽솔선수범이 최고〓학부모들은 ‘아이가 일기를 쓰지 않아 걱정’이라면서 스스로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 어른들도 일기 쓰기 지도를 잘못 받은 피해자. 자기는 쓰지 않으면서 아이에게는 잘못된 방법으로 쓰도록 강요한다. 일종의 악순환. 교육은 말로 되지 않는다. 몸으로 보여 주는 것이 확실한 방법.
(도움말〓‘일기쓰기 어떻게 시작할까’(도서출판 보리)의 저자 대구 종로초등학교 윤태규선생님)
〈이호갑기자〉gdt@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