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TV 시사토크 프로그램 ‘정범구의 세상읽기’ 진행자 정범구씨(45)의 오랜 고민이다.
신문과는 달리 오락을 목적으로 하는 TV. 끝없는 시청률 경쟁 속에서 시사토크 프로그램은 찬밥 신세이기 일쑤다. 그의 ‘…세상읽기’도 ‘KBS의 공영성’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시청률은 3∼5%에 머물렀다.
그가 고민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잡는 책은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쓴 ‘텔레비전에 대하여’(동문선). 부르디외는 텔레비전이 전문분야에 대한 원칙을 지켜나가는 ‘독립적인 지식인’보다는 대중의 구미에 맞는 ‘패스트푸드형 지식인’을 길러낸다고 지적한다. 또 TV는 직접 민주주의를 위한 유용한 도구로 받아들여지지만 ‘조작과 왜곡’을 통해 오히려 사회발전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경고.
“어쨌든 TV는 포기할 수 없는 매체인만큼 부르디외는 ‘독립적 지식인’에게 기회를 넓힐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세상읽기’는 그 실험이었던 셈이지요.”
방송을 위해 신문과 잡지를 스크랩하고 필요한 서적을 구해 밤새워 읽었다는 정씨. 특히 역사는 논문보다 ‘토지’ ‘태백산맥’ ‘장길산’ 등의 역사 대하소설이 흐름 정리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오랜만에 긴 호흡을 갖고 체계적인 독서를 하렵니다.” 프로를 중단하고 다음달 초 독일로 유학을 떠나는 그의 바람이다.
▽약력
△경희대 정치학과 졸업 △독일 마르부르크대학 정치학박사 △경희대 충남대 강사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진행 △KBS2TV ‘정범구의 세상읽기’ 진행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