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키드]집은 장난감천국 『맘껏 놀게해요』

  • 입력 1999년 4월 12일 19시 51분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교육대 교수는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까. 인천 계양구 효성동 현대아파트에 사는 정문성(38·인천교대 사회교육학과 교수) 손미라씨(36·주부) 부부. 새 밀레니엄은 ‘번뜩이는 창의력의 시대’라는 믿음 아래 지훈(7)과 희영(5) 남매를 키운다.

▽감성과 신체발달 먼저〓 유치원 대신 YMCA 아기스포츠단을 선택. 체조 스트레칭 평균대운동 철봉운동 등 신체활동이 1시간반, 만들기 동요 동시 이야기 등이 1시간반인 교육과정이 마음에 들어서다. 지훈이는 2년간 다녔고 희영이는 3월부터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감성과 신체기능의 발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며 지능발달에 해당하는 ‘공부’는 나중에 시켜도 늦지 않는다고 본다. 풍부한 감성을 길러주기 위해 동네산 전시회 백화점 공원 등 되도록 많은 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시킨다.

▽맘껏 어질러도 좋다〓아이들은 안방만 빼놓고 온집안에 장난감을 늘어놓고 논다. “아이들 놀이는 연결되는 것이라 한 가지를 정리하고 나서 새로 노는 게 아니다”는 정교수의 설명. 아이들의 창의력을 길러줄 수 있다면 집안이 엉망되는 것쯤은 감수한다. 지훈이 양치질할 때 매번 물을 다르게 뱉으며 장난을 쳐도 ‘저것도 창의성이려니’ 하면서 참는다. 뭐든 만져보게 내버려두어 지훈이가 분해해 망가뜨려놓은 시계와 라디오만도 대여섯개.

▽아버지의 홍길동 얘기〓정교수는 1년간 매일밤 잠들기 전 지훈이에게 얘기를 들려줬다. 알고있는 모든 얘기와 영화장면들을 총동원해 지어내는 ‘홍길동 시리즈’. 처음에는 듣기만 하던 지훈이는 몇달 뒤 얘기에 끼어들었고 나중에는 아버지와 반반씩 얘기를 만들어갔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고 말하기 훈련도 됐다. 얘깃거리가 떨어져 스트레스를 받던 정교수는 얼마전 마침내 홍길동을 ‘죽이고’ 동화책을 읽어주기로 아들과 합의했다.

▽새 밀레니엄은 양성(兩性)시대〓지훈이가 소꿉놀이 장난감을 갖고 싶어하면 아무 말 없이 사준다. 희영이가 원더우먼이 아닌 슈퍼맨 흉내를 내고 인형 대신 로봇을 갖고 놀아도 내버려둔다. 아이의 잠재력을 제한하지 않기 위해서다. 지훈이는 “남자가 왜 여자 노래를 부르느냐”고 아이들이 놀려도 ‘세일러문’ 노래를 끝까지 부르고 꽃무늬 바지도 “꽃무늬가 예쁘기 때문”이라며 당당히 입고 다닌다.

▽내가 저렇게 착했었구나〓아이들의 모습을 비디오테이프에 자주 담아둔다. 좋은 추억거리를 남기는 동시에 사춘기에 나쁜 길로 빠질 지 모르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것. 어릴 때의 모습을 보여주면 ‘자신의 선한 본성에 대한 긍정적 확신’을 하면서 마음을 고쳐 먹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천〓윤경은기자〉k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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