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키드]대구 수성구 변영일씨네

  • 입력 1999년 5월 3일 19시 49분


대구 수성구 범물동(32평)에 사는 변영일(40·건축업) 방주선씨(40·주부)부부는 이 지역에서 소득수준이 ‘중간’이라고 생각. IMF체제 속에 딸 채영양(14·범물여중 2학년)과 아들 채호군(8·범일초등 2학년)의 사교육비를 ‘반으로’ 줄였다고 한다. 변씨가 지출하는 월 사교육비는 생활비의 38%에 이르지만 “더해주고 싶은 게 부모 심정”이라고 말한다.

▽공부 공부 공부

채영은 매일(수요일 제외) 학원에 간다. 국영수 단과반 또는 심화학습반에서 공부한다. 평일에는 오후 5시 학교에서 돌아와 간식을 먹고 학원에 가 저녁 8시반경 귀가. 학원까지의 ‘이동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부모가 차로 바라다 준다. 3월 한달간 학교의 ‘방과후 프로그램’에서 일본어를 공부했으나 학원시간 때문에 포기.

밤 10시 혼자하는 공부가 시작된다. 엄마는 거실에서 채영의 공부가 끝나는 밤 12시경까지 TV의 ‘소리’를 죽이고 시청.

▽‘소홀’하기 쉬운 둘째

변씨부부는 채호에 대해 ‘방치수준’이라고 표현. 오후1시반∼6시반 학원에서 공부한다. 과목은 피아노 미술 수영 등 예체능. 4과목의 학습지로 공부하는 저녁시간. 각 과목을 하루 5장씩 해야한다지만 채호는 아예 하루에 한 과목씩 ‘해치워 버리는 방법’을 터득. 학교에서는 일기쓰기와 수학익힘책 풀기 정도를 숙제로 내준다.

▽저녁식사와 잠은 가족이 함께

식탁은 교육의 장이자 화목 도모를 위한 공간. 채영이 학원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는다.학교생활이 주요화제. 각자 방에서 공부하던 아이들은 잠자러 꼭 안방으로 모인다. 변씨는 “채영이 싫다고 할 때까지는 가족이 함께 잘 계획”이라고 말한다.

▽아빠와의 밀어

저녁잠이 많은 변씨는 잠자기 전에 누워 20∼30분간 채호를 끌어안고 얘기한다. 스킨십을 통해 부자(父子)의 정을 돈독히 한다는 생각.“친구 희경이를 때려서 울렸다며?” “달리기 못한다고 놀리잖아요.” “여학생은 보호해야 하는 거야.” “기분 나쁜 걸.” “누가 누나를 때리면 좋겠니.” “가만 안있을 거야.” “그것 봐. 그런데 너는 오래달리기는 잘하니까 괜찮아.” “그건 그래. 희경이가 지난번에는….” “….” “아빠.” “….” “아빠 아빠.”“….”

▽첫째의 시행착오

△피아노에 별 관심이 없는 채영에게 4세 때부터 피아노를 가르쳤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 억지로 시키다 결국 포기. 요즘 배우는 플루트는 소리가 예쁘다며 좋아한다 △역시 4세에 시작한 영어는 꾸준히 한 데다 초등학교 5학년 때 6개월간 뉴질랜드에 어학연수한 덕에 ‘수준급’.

▽둘째를 위해

△변씨는 아들에게 “지도자가 되려면 능동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북대사대 부속초등학교 ‘뽑기 입시’에서 낙방한 채호는 입학후보 11번(현재 9번까지 입학한 상태). 그러나 채호는 입학을 포기할 생각. 부속초등학교는 학생들이 대구 전지역에서 오기 때문에 중학교에 가면 초등학교 친구가 없어 반장선거에서 불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 △채호의 방에는 세계지도가 걸려있다. 세계를 무대로 생활할 아이를 위한 고려. 엘리자베스2세 영국여왕이 방한했을때 채호와 어머니는 영국을 찾아봤다 △엄마도 동화책을 읽고 아들과 토론한다.

〈대구〓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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