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라의 맛과 멋]서울 인사동 「조금」

  • 입력 1999년 10월 7일 18시 41분


막 솥에서 퍼 담은 밥 한 공기에 마가린 한 큰술을 얹는다. 반짝반짝 스르륵, 마가린이 녹기 시작해 형체가 반 쯤 없어질 때쯤, 밥을 싹싹 비벼 김에 싸서 한 입 쏘옥. 이름도 족보도 없는 ‘엄마표’밥요리에 영양과 정성을 더해 인기를 끄는 곳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다.

‘조금’(鳥金·02―725―8400)의 대표요리 조금솥밥(1만1000원)은 밥을 지을 때 맹물 대신 다시물을 쓴다. 밑간이 은은하게 배인 밥이 뜸이 들 때 쯤, 버터 한 조각이 들어가 부드러움과 고소함이 더해진다. 이내 채 썬 당근과 우엉 표고버섯이 들어가고 뜸이 들면 맛살 굴 양송이 죽순 은행 등의 고명이 밥 위를 장식, 손님 맞을 단장을 마친다.

15분 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조금솥밥. 개인 쟁반위의 한 가운데 자리한 솥밥을 세 개의 사각접시에 담긴 꼴뚜기젓갈, 단무지와 일본김치절임, 그리고 장아찌가 ‘보위’한다.

단정하고 깔끔한 맛은 있지만 넉넉히 담긴 반찬을 젓가락을 부딛히며 나눠 먹는 정은 없다. 밥을 먹다 보면 찬이 모자랄 정도. 맛은 살릴 수 있을 지언정 당신의 손 큰 사랑만은 복제될 수 없나보다.

▽평가(만점은 ★★★)

△맛 ★★(돌솥 하나 하나에 정성이 담긴 맛)

△가격 ★★(싸지 않지만 수긍이 가는 값)

△친절 ★★(앉아 쉬던 직원들도 문만 열리면 벌떡 벌떡)

△분위기 ★(저녁엔 조명이 너무 어두움).

송희라(요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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