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의 ‘철망앞에서’(김민기 작사 93년)〓김민기의 유일한 90년대 발표곡. 아름다운 우리말과 유려한 수사로 이 땅의 현실과 희망을 서술한다. 노랫말의 주도권이 운문에서 산문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에서 김민기가 22년만에 발표한 앨범답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속의 그대’(서태지 작사 92년)〓파편화한 욕망과 탈이념의 탈출 의지에 휩싸인 90년대의 감수성을 대변하며 한국 대중음악의 지형도를 단숨에 바꾼 노래.
△정태춘 박은옥의 ‘이 어둔 터널을 박차고’(정태춘 작사 93년)〓표현의 자유를 위해 음반사전심의를 거부하고 투쟁하던 정태춘은 마침내 헌법 재판소에서 승리했다. 판결자체가 아니라 이 노래를 관통하는 강인한 낙관의 에너지에 주목할 것.
△김창완의 ‘가이아’(김창완 작사 95년)〓록과 포크의 경계를 오가며 독창적인 미의식을 표출했던 김창완은 정제된 노랫말을 통해 너절한 산문을 비웃고 지구의 운명에 관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넥스트’의 ‘껍질의 파괴’(신해철 작사 94년)〓지적인 유희와 다층적인 문제 의식을 지닌 신해철은 서태지와는 또다른 갈래에서 우리 대중음악의 지평을 확장한 인물이다.
△강산에의 ‘라구요’(강산에 작사 92년)〓80년대 대학가를 들끓게했던 통일에 관한 열망이 이 노래로 표현됐다. 관념적 구호를 넘어 손에 잡힐듯한 생생한 감정이 최대 덕목이다.
△‘패닉’의 ‘왼손잡이’(이적 작사 95년)〓서태지의 도발과 신해철의 비판은 이적이라는 또하나의 싱어송라이터에게 계승되었다.소수에 대한 억압을 이토록 격렬하고 명쾌하게 비유한 예는 드물다.
△한동준의 ‘너를 사랑해’(한동준 작사 92년)〓90년대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로 손꼽힌다. 친근하고 정결한 통기타의 자연음과 사무사(思無邪)한 아침의 정경이 한몸처럼 어울린다.
△‘DJ DOC’의 ‘삐걱삐걱’(이하늘 작사 97년)〓‘미녀와 야수’로 퇴폐 논란을 낳았던 ‘DJ DOC’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불쑥 내놓은 노래. 욕설이 뒤섞인 독설적인 랩은 90년대 세대의 정치적 무의식을 여과없이 토로한다.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정지원 작사 97년)〓안치환만큼 시에 자신의 음악을 결합시키는 재능을 지닌 이도 드물다. 이 노래는 노랫말과 선율, 리듬과 보컬이 최선의 지점에서 만난 몇 안되는 예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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