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의 인기영화 ‘매트릭스’.
인공지능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매트릭스 프로그램 속으로 입력된다. 밖에서 조종하는 가상현실에 평생 갇혀 사는 인간들은 마치 ‘게임’ 속의 캐릭터 같다. 이 영화에서 한 단계의 승부가 끝나면 고난도의 승부가 또 이어지는 주인공 네오와 모피스의 쿵후 대련 장면 등은 게임의 구성방식 그대로다.
게임소프트와 영화. 별 상관이 없을 것같던 두 장르는 영상문화가 ‘아날로그시대’에서 3차원영상의 ‘디지털시대’로 바뀌면서 서로 닮기 시작했다.
영화를 본뜬 게임은 부지기수. ‘스타워즈’ ‘터미네이터’ ‘에이리언’ ‘007’ ‘다이하드’ ‘미션 임파서블’ ‘쥬라기공원’…. 올 여름 국내에서 히트한 ‘미이라’도 곧 게임소프트로 나온다. 때로는 영화를 본뜬 게임소프트가 영화에 앞서기도 한다. 올 여름 ‘스타워즈:에피소드Ⅰ’ 개봉 이틀 전 ‘스타워즈:에피소드Ⅰ―레이서’ 게임이 먼저 나왔다.
이제 3차원 그래픽의 발전 등으로 놀라울 정도의 리얼리티를 갖춘 게임소프트를 영화가 본뜰 차례. ‘매트릭스’ 뿐 아니라 지난해 국내 개봉된 ‘너바나’, 상영 중인 ‘엑시스텐즈’는 게임과 현실의 모호해진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이들 영화에서는 게임기를 두뇌와 연결하는 마인드 게임(너바나), 척추에 구멍을 뚫은 바이오포트와 연결하는 게임(엑시스텐즈) 등 몸과 게임기계의 결합까지 시도된다.
할리우드에서는 아예 게임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제작 중. 게임소프트 ‘툼 레이더’의 풍만한 여전사 라라 크로프트를 모델로 한 영화가 제작되고 있고, 국내에서 전략게임소프트로 인기몰이 중인 ‘레인보우 식스’도 미국 파라마운트사에서 영화로 만들어진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게임소프트가 홈비디오의 뒤를 이어 영화와 떼어 놓을 수 없는 새로운 파트너로 ‘등극’했다.
‘21세기 게임 패러다임’의 저자 김창배씨는 “게임과 영화는 둘 다 시나리오와 주인공이 있고 다양한 분야가 집합된 종합예술”이라며 “영화의 캐릭터와 게임의 능동성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영화게임’ 장르도 실현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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