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에 겸재 정선(謙齋 鄭)의 비로봉도 등 120점의 옛 그림이 전시되고 이 중 60여점이 최초 공개되는 작품이라는 사실이 보도되자 하루에도 여러통씩 금강산 그림을 공개하겠다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사는 K씨는 월북작가 김주경(金周經·1902∼1981)의 금강산 그림을 보관하고 있다고 일민미술관측에 알려왔다. 도쿄미술학교 출신의 김주경은 1928년 향토색을 중시하는 녹향회를 창설하는 등 활동을 펼치다 월북한 중견작가. 그는 오지호(吳之湖·1905∼1982)와 함께 1938년 원색화집을 출판했다. 그러나 이 때 실린 김주경의 작품 상당수가 유실된 상태.
이밖에 부산의 한 소장가는 겸재 정선의 금강산 그림을 소장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에 공개할 수 없겠느냐고 문의해왔다. 또 K씨(서울 광진구 구의동)와 L씨(서울 강서구 발산동)는 각각 금강산 만물상과 해금강, 금강산의 4계절을 그린 병풍을 소장하고 있다며 감정을 부탁하기도 했다.
미술평론가 윤범모(尹凡牟·경원대교수)씨는 “감정을 해봐야 겠지만 김주경 등의 작품이 진품으로 밝혀지면 취약한 국내 근대미술사의 자료를 보충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며 “미공개작품들이 많이 발굴되는 계기가 된 것은 의미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9일 일민미술관 2층전시실에서 열린 미술사학자 안휘준(安輝濬·서울대교수)교수의 특별강연 ‘한국의 실경산수화와 진경산수화’에는 주부와 대학생 등 200여명의 관람객이 참석, 성황을 이뤘다. 안교수는 조선시대 정선 이후의 산수화를 ‘진경산수화’라고 부르는 것은 남종화기법이 도입됐기 때문이라면서 그전의 실경산수화는 대부분 북종화 풍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좌석이 부족하자 관람객은 강연장 바닥에 앉거나 서서 경청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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