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의 일본패션엿보기]간결…절제… 흑백 미니멀룩

  • 입력 1999년 12월 5일 18시 58분


서울의 한 백화점의 액세서리 진열대를 본 일본사람은 물건이 꽉꽉 들어차있어 숨막힐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일본에서는 가장 중요한 상품들만을 진열대에 내놓는 간결한 디스플레이로 제품을 우아하게 돋보이도록 하려는 경향이 있다.

일본식 가옥에서 손님을 접대하는 방 중앙벽엔 ‘토코노 마’라고 하는 작은 장식마루가 있다. 여기는 꽃과 족자로 장식하는데 꾸밈새가 간결하고 정갈하다.

심플한 멋을 즐기는 일본인의 정서는 ‘아름답다’는 뜻의 ‘키레이’라는 단어에도 잘 나타나 있다. ‘키레이’는 ‘깨끗하다’ ‘아무 것도 없다’는 속뜻을 갖고있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일본인들의 또하나의 미의식을 짐작하게 한다.

‘꼭 알맞을 만큼’이라는 일본인의 절제주의는 미니멀룩이 일본의 특징적인 패션의 하나로 자리를 굳히는 촉매역할을 했다. 일체의 장식을 없앤 심플한 디자인에 직선적인 실루엣과 모노톤을 기본으로 하는 미니멀룩의 ‘최소한주의’는 바로 일본의 절제주의와 통한다.

일본 20대 여성에게 한창 인기있는 브랜드 ‘NATURAL BEAUTY’도 99년 가을겨울 도쿄컬렉션에서 심플하고 직선적인 슈트와 코트를 선보였다. 빛깔은 역시 검정 하양 회색의 모노톤계다.

도쿄 신주쿠의 ‘이세탄’과 니혼바시의 ‘타카시마야’ 등 유명백화점에 가보면 검정옷만 파는 코너가 있다. 여기엔 ‘TOKYO SOIR’ ‘이깅’같은 브랜드의 심플한 슈트와 원피스가 진열되어 있다. 일본 고유의 간결한 절제정신이 미니멀룩과 만나 일본적인 새 전통이 만들어져가고 있는 현장인 셈이다.

김유리(패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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