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의 일본패션 엿보기]야만바 스타일

  • 입력 2000년 6월 18일 19시 44분


최근 일본의 고 갸루(여고생을 뜻하는 합성어)들은 요상한 차림을 하고 다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머리는 파파할머니처럼 하얗게 풀어 헤치고 얼굴엔 검은 파운데이션을 친하며 눈 주위와 입술은 하얗게 그린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납량 매무새. 그들은 이를 '야만바 스타일'이라 부른다.

‘야만바’ 또는 ‘야마 우바’란 일본의 옛날 얘기에 나오는 전설적인 여자 귀신이다. 깊은 산 속에 살면서 굉장한 속도로 달리기도 하고 무거운 바위를 들어올리는 등 초능력을 발휘한다.

일본에서는 5월이 되면 아이들의 건강을 비는 뜻으로 ‘킹타로’인형을 장식한다. 이 킹타로 역시 옛날 얘기에 나오는 아이로, 도끼를 들고 산을 뛰어다니는 꼬마 장사다. 곰을 데리고 놀 정도로 힘이 세다. 그런데 이 아이는 바로 야만바가 키웠다고 전해진다. 야만바 손에 자라나서 힘센 영웅이 되었다는 것이다.

야만바는 할머니 모습이긴 하지만 그다지 나이가 많지는 않은건지 아이를 낳기도 한다(누구의 아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해산을 할 때 도와준 사람에게는 깍듯이 인사를 하는 등 경우도 바르다. 이때 그녀가 선사하는 선물은 잘라써도 잘라써도 없어지지 않는 비단천이다.

힘이 세고 경우도 바른 여자 귀신. 일본 여고생들이 야만바 스타일에 열올리는 것은 ‘강하고 무서운 여자’가 되고 싶어서일까.

김유리(패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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