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십센치, 체조경기장 초토화…‘노래·감성·재미 3박자 만족’(공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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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24일 16시 45분


●‘끈적하고 야한’ 십센치, 수천 명팬 마음 홀리다
●26곡 소화, 울고 웃었던 160분
●“어쩔 수 없어. 오늘 아니면 우리가 언제 또 이러겠나.”


이 콘서트는 과연 누구를 위한 공연인가?

인디밴드 십센치(10cm. 윤철종 권정열)가 오늘 하루 날을 제대로 잡은 듯하다. “즐기겠다”던 두 사람은 공연 내내 행복감을 감추지 못했다. 누가 봐도 체조경기장을 찾은 모든 이들 중 가수 본인들이 가장 신이 났다. 그들은 노래는 물론 만담에 춤까지 추며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진짜 ‘연예인’으로 분했다.

십센치는 23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집 발매 기념 단독 콘서트 ‘파인 땡큐 앤드 유?’(Fine thank you and you?)를 개최했다.

2010년 데뷔한 십센치는 생활 밀착형 가사와 끈적끈적한 음색, 야한 노래로 ‘인디계의 아이돌’이란 수식어도 얻었다. 음반을 내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성공한 인디 밴드 반열에 올라섰다. 이날 1만 2천석 규모의 체조경기장 공연이 이를 방증했다.

“예전에 기타를 치며 노래해 주던 프러포즈 이벤트로 하루에 5만 원을 벌었는데…그런 십센치가 오늘, 바로 여기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3~4년 전만 해도 꿈도 못 꿨어요. 오늘 그 꿈이 현실이 됐습니다.” (모두)

십센치는 등장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권정열은 “공연장이 커서 그런지 관객들이 상기돼 보인다. 나는 편안한데 보는 사람은 불안할 수도 있겠다”며 농을 던졌다.

‘새벽 4시’로 시작된 무대는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힐링’, ‘너의꽃’ 등으로 이어졌다. 또 그들은 ‘킹스타’와 박진영의 ‘허니’를 매시업(Mashup)해 부르며 흥을 돋웠다. 권정열은 “적절한 타이밍에 함께 불러 달라. 부탁하는 거 아니고 명령하는 거다”며 팬들과 하나 되는 무대를 꾸며 나갔다.

노래만큼 눈길을 끈 것은 두 사람의 몸부림이었다. T자형 돌출 무대까진 준비한 십센치는 앉아서 노래 부르는 인디밴드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온 무대를 자기 안방에서 뛰놀듯 누비고 다녔다. 안무라고 하기엔 민망한 율동과 몸부림은 무대 온도를 더욱 높였다.

권정열은 공연 내내 능청스럽고 허세(?) 가득한 멘트와 농밀하고도 야한 음색으로 공연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보답했다. 그는 시종일관 ‘19금’ 줄타기 입담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윤철종 역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을 혼자 열창하며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내친김에 자신의 사인이 된 기타를 관객에게 선물하는 돌발 이벤트도 선보였다.

공연의 2부는 십센치라는 팀 명이 ‘20~30대 여성이 환장할 이름’이라는 자화자찬 영상에서 시작돼 마칭밴드로 이어졌다. 십센치는 무대가 아닌 관람석 중간에서 나타나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를 열창했다. 더 가까이에서 십센치를 만날 수 있음에 관객들은 열띤 호응을 보냈다.

이날 게스트로는 래퍼 버벌진트와 하하가 등장했다. 버벌진트는 십센치와 함께 불렀던 ‘굿모닝’을 열창하며 무대를 누볐고, 하하는 MBC ‘무한도전’에서 선보였던 ‘찹쌀떡’과 ‘죽을래 사귈래’를 선보였다. 두 사람의 등장으로 관객들을 자리에서 일어나 방방 뛰었다.

이어 십센치는 “이젠 좀 앉아서 쉬어야겠다. 안 그러면 큰일 날지도 모른다”며 그들을 이름을 알린 ‘아메리카노’, ‘오늘밤에’, ‘죽겠네’, ‘파인 땡큐 앤드 유’ 등의 히트 넘버들로 무대를 마무리 지었다.

“예전엔 무대가 끝나도 앙코르를 안 해주시던 때가 있었어요. 저희는 뒤에서 앙코르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데 정말 앙코르가 안 나오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앙코르 외침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를.”

“꿈의 공연”을 마무리 짓는 두 사람은 결국 복받쳐 오른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권정열은 눈물을 보였고, 윤철종은 아무 말 없이 애꿎은 기타 줄만 튕겼다. 팬들은 환호로 두 사람을 위로하고 축하했다.

눈물을 참으려는 듯,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십센치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새로운 꿈을 고백했다. 잠실 주 경기장 무대에 서고 싶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여기 있는 팬들이 각자 세 명씩 친구를 데리고 온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할 수 있다”며 관객들에게 강제(?) 홍보를 주입시켰다.

십센치는 인디 음악을 하는 가수의 한계를 극복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형 공연장과 돌출 무대, 뜨거운 호응까지. 과연 인디밴드가 체조경기장을 관객들로 가득 메울 수 있을까란 염려와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그들은 당당히 해냈다. 십센치는 콘서트를 찾은 관객에게 노래와 감성, 재미 등 오감이 즐거운 공연을 선사했다.

“아, 진짜 짱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Thank you.”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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