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서울 건국대지점 박상민주임(30)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고를 받으면 즉시 출동, 손님에게 이렇게 말한다. 고객은 주로 대학생들. 기계를 고치는 5,6분동안 한껏 조급해진 학생들의 마음을 박씨는 어떻게‘녹일까’.
①정보로〓학생들의 진로에 대해 물으며 상담사 역할. 자신의 대학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호주와 대만에 대한 알뜰 배낭여행정보도 제공한다. 호주 시드니의 ‘누드 비치’에 대한 박진감 넘치는 경험담도. 여대생들에겐 대학 앞 미장원 별로 잘하는 파마와 가격에 대해 평소 주워들은 내용을 읊는다.
②휴머니즘으로〓병원에 가야하는 학생의 잔고가 0원인 경우도 발생. 두말않고 5만원을 꿔준다. “책 사려는데 잔금이 부족하다”고 할 땐 2만∼3만원씩. ‘못받을 돈’이라 생각하고 미련을 두지 않지만 학생들은 반드시 지점까지 찾아와 갚는다.
③자존심을 보석처럼〓1000, 2000원을 입금시켜 잔고가 1만원이 되면 ATM에서 찾아 쓰려는, 호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이 적잖다. 1000원짜리가 기계에 걸려있는 상황에 쑥스러워 하는 그들. 박씨는 동병상련의 과거사를 털어놓는다. “나도 학생때 술먹고 돈 떨어져서 무임승차한 적이 많았는데….”
〈이승재기자〉sjd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