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래의 나’에 투자하지 못하기 때문에 언젠가 ‘형편없는 아줌마’가 되는 건 아닌지 두려워하는 마음이 투영된 꿈이라는게 정씨의 해석.
이런 강박증에 시달리면서도 정씨는 ‘나’를 고집할 수 없다. “누가 뭐라해도 지금 우리 가족의 구심점은 나, 정경이거든요.”퍼즐 맞추기고풍스런 자개 장롱과 화장대가 놓인 정씨 집 안방의 주인은 늘 부재 중이다. 지금은 혼자 살고 있는 시어머니와 합칠 경우를 대비해 2년 전 이사올 때부터 마련해놓은 방. 딸 현정(5)과 아들 동균(3)에게 각자의 방을 주고 싶지만 나중에 없던 자리를 마련하려면 아이들도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가족의 하모니는 모양이 다른 퍼즐을 맞춰가면서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전체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퍼즐을 완성하기 어렵죠.”
가족을 가족답게 만드는 건 서로를 위한 배려가 아니겠느냐는 것.우리집 포트폴리오가계관리는 물론 최근 독립프로덕션을 차린 남편(노일석씨·36)사업의 회계장부를 정리하는 것도 정씨의 몫.
10년간의 재테크 경험에서 얻은 나름대로의 포트폴리오전략을 가지고 남편이 매달 입금시키는 250만원과 자신의 아르바이트로 버는 40만원을 ‘굴리는데’, 약70만원은 비과세통장으로 입금한 뒤 생활비와 비상금을 뺀 나머지로 주식을 산다. 주식은 오전11시와 밤11시에 인터넷에 들어가 가격을 확인, 원금보다 15∼20%의 이익이 났을 땐 무조건 판다. 그래서 6만7000원에 산 데이콤주를 8만1500원에 팔았다. 10일 현재 38만원 정도지만.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겪으면서 1만2000원대에 산 충북투금과 2만원대에 산 대한중석이 ‘종이’가 되는 걸 봤거든요. 과욕은 금물이예요.”
잃어도 좋다는 느긋함을 가질 수 있도록 총 투자액을 300만원으로 정해놨다.이익금은 안전한 일반은행에 저금한다.
투자종목도 스스로 결정한다. 공부하듯 꼼꼼히 신문을 읽으면서…. 단 공모주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에 조금 무리해 청약한다.
“남편은 돈 씀씀이에 대해 전혀 간섭하지 않는데도 늘려서 돌려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네요. 아무래도 주부는 ‘관리자’라는 생각 때문인가봐요.”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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