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기독교방송문화센터 영재교육학술원. 초등학교 4학년 남녀아이 6명이 두 팀으로 나뉘어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다.
오늘의 과제는 불타없어진 신라시대 황룡사지 9층목탑의 복원. “당시 신라인들은 황룡사 탑의 각 층마다 소원을 담았다는데 어떤 것이었을까”라는 문제가 주어졌다.
“1층은 ‘나라를 평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하자.”
“그건 너무 막연하지 않아?”
“음… 가뭄같은 피해가 없어야 백성이 잘 되지. ‘자연재해를 없게 해주세요’는 어때?”
“좋아. 그리고 관리들이 나쁘면 안돼.”
“그래. ‘탐관오리가 없게 해주세요’.”
“‘백성들의 반란이 안 일어나게 해주세요’도 있었을 것 같애.”
9가지를 다 생각해낸 아이들은 범위가 넓은 것부터 좁은 것 순으로 층배치를 바꿔가며 과제를 완성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각 층별로 여진 말갈 등 정복해야 할 민족을 표현했다”는 교사의 설명이 이어진 후 탑 그림에 각 민족의 특성을 상징하는 문양을 생각해 그려넣는 것으로 수업은 끝났다.
아이들이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철저한 학생주도의 수업이다. 이 영재교육학술원에서는3개월단위로‘자동차’ ‘청바지’ ‘모의재판’ ‘미생물의 세계’ 등 한가지 주제를 놓고 아이들이 스스로 연구해 발표하도록 하는 프로젝트수업을 한다.
“지능이 높고 창의력이 뛰어난 영재들에게 자신의 능력과 관심에 적합한 학습기회를 줌으로써 잠재능력을 최대한 계발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 목표”라고 윤여홍부소장은 설명.
지능검사 창의적문제해결력검사 부모체크리스트 등을 토대로 뽑은 상위 3% 이내의 영재들이 이곳에서 공부한다. 현재 만30개월의 영아부터 중학생까지 400여명으로 초등학생이 과반수.
아이들은 재능에 따라 ‘언어·사회’반과 ‘수학·과학’ 반으로 나뉘며 ‘사고력’ 수업은 공통으로 받는다.과목당 주1회 1시간 수업. 40여명의 과목별 전공교사가 4∼8명의 소수를 가르친다. 수강료는 과목당 1개월에 6만원. 검사비용은 3만∼7만5000원.
3년째 이곳에 다니는 원정(초등2)이의 어머니 정균순씨(38·서울 광진구 광장동)는 “아이가 다른 학원보다 이 영재수업을 제일 좋아하고 어려운 문제라도 스스로 생각해 풀어내려고 한다”며 “아이의 지적호기심을 만족시켜줘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재교육학술원은 한국교육개발원 조석희박사 등 전문가들의 자문으로 영재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 사설 영재교육기관. 양재동센터(02―579―4088)외에 서울 양천구 목동센터(02―650―7535)와 대전분원(042―485―1117)을 두고 있다. 또 전국 40여개 영재교육연구실에 상위 15%이내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다.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
▼부모를 위한 체크리스트▼
영재교육학술원에서는 70가지 문항의 ‘부모 체크리스트’를 어린이 영재성파악의 중요한 도구로 삼는다. 아이가 다음의 9가지 중 7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영재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①수개념의 발달이 또래 아이들에 비해 1∼2년 빠르고 수의 관계에 대단한 흥미를 보인다.
②글을 읽기 시작한 시기가 또래에 비해 1∼2년 이르다. 일반 아이들은 만5∼6세에 읽는다.
③단순한 과제보다 깊은 사고를 요구하는 놀이를 좋아한다. 바둑 장기 레고 수수께끼 등을 좋아하고 잘 한다.
④‘왜’라는 질문을 귀찮을 정도로 해댄다.
⑤또래 아이들보다 높은 수준의 책을 좋아하고 책읽기를 즐긴다.
⑥한번 들은 것은 오랜 후에도 잊지않을 정도로 기억력이좋다.
⑦상상력이 풍부해 많은 이야기들을 꾸며낸다.
⑧특정기간 동안에는 어느 한 주제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그외의 것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⑨한가지 문제나 활동에 몰두하면 이름을 불러도 못듣거나 밥먹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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