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견 대중음악평론가가 지난해 초부터 불어닥친 국내의 테크노 열풍이 “잠깐의 유행일 것”이라며 내세운 논거다. 물론 테크노 열풍은 그 본질인 사이버 이미지를 듬뿍 담고 있는 영화 ‘매트릭스’가 지난해 국내에서 빅히트하면서 관심을 증폭시킨 영향도 크다. 또 서구의 본격 테크노가 국내에서는 채정안 백지영 ‘구피’ ‘한스밴드’ 등을 거치면서 테크노적인 요소만 쏙 뽑혀 또다른 댄스음악으로 ‘변질’된 것도 한 이유.
그렇다면 본류에서 벗어난 ‘일진광풍(一陣狂風)’이 어느 정도 사그러든 현재 국내 테크노의 현주소는? 결론부터 말하면 앞서 말한 대중음악평론가의 예측은 빗나갔다는 것이 중론이다. 테크노의 메카인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인근 테크노 클럽들은 1년만에 1.5배 증가해 10여개로 확산됐고, ‘펌프기록’ 외에도 ‘Sick Boy’ 등 테크노 집단도 몇 개 더 생겼다. ‘아우라소마’ 행사의 재정 후원에도 주류업체인 ‘바카디’ 외에 외국계 휴대전화업체 스포츠업체 등이 속속 참여하고 있다.
소구 계층이 구매력있고 새로운 문화현상을 리드하는 20∼30대에 집중돼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펌프기록’이 지난 한 해 ‘아우라소마’에 참여한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5%(20대 60%, 30대 35%)가 이 세대였다. 계층별로는 대학생(30%), 전문직 종사자(30%), “새로운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일반 직장인(30%). 트랜지스터 헤드는 “테크노의 매력을 한 눈에 알아본 사람도 있겠지만 10대 댄스음악에 신물이 난 연령층이 새로운 대안으로 찾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음악적으로는 한국적 테크노를 구축하려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아우라소마’는 매달 국악인과의 협연을 시도해 왔다. 국악 타악기 연주자인 원일, 사물놀이패 ‘공명’ 등은 단골 손님. 달파란은 2년 전 낸 국내 첫 테크노앨범 ‘휘파람별’에서 국악과의 접목을 시도한 바 있다. 트랜지스터 헤드는 요즘 녹음기를 들고 도로변과 카센터 등에서 나오는 소리를 디지털화해 한국의 소리를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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