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연구하는 인문학, 세계를 연구하는 자연과학, 그리고 ‘나’와 세계의 존재 이유를 묻는 종교의 세 가지가 서로 연결되고 통합되는 장을 만들어야 할 시대입니다. 이 때 우리의 사고작용과 논리 전개 과정을 재현해내는 한국어공학이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동안 인문학 연구 성과를 컴퓨터에 응용하려는 사람들은 대체로 원전이나 한국어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보급하는 작업에 주력해 왔다. 이에 비해 고교수는 한국어를 매개로 분과 학문들을 연결해 인간 자체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한편, 지식산업도 활성화하려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이미 개발한 ‘대화형 시스템’에 이어 곧 시제품이 나올 ‘자연어 검색 시스템’은 단순한 단어 검색이 아니라 단어나 구절들의 의미를 이해하고 연결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검색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아름다운 바다를 소개하는 홈페이지를 찾아 줘’ 식의 요구에 컴퓨터가 반응해 관련 홈페이지를 찾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개발 중인 번역시스템을 통해 언어장벽의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면서 영어공용화 주장을 비판하기도 한다.
“실제 모든 사람이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사람마다 능력도 다르고 종사할 일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문적인 영어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제한적인 실무에서는 기계번역이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재 영어공부에 소비되는 돈의 일부만 투자해도 실용적인 번역시스템은 곧 개발할 수 있을 겁니다.”
고교수는 이런 작업들을 통해 한국어공학이 세계화의 물결 속에 한국학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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