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4시. 아직 어두컴컴한 새벽에 잠자리를 접는다. 교회로 가서 새벽기도를 하고 난 뒤 날이 밝기를 기다린다. 요즘은 오전 6시20분 정도면 밖이 어슴푸레 밝아온다. 그러면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돈다. 용인초등학교 뒤편 김양장동∼역북동∼용인고등학교∼중앙동 천주교회 앞∼고림동을 잇는 20리(8㎞) 길을 달린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가는 길목마다 켜져있는 가로등 불을 끄는 것이 내가 출근 전에 하는 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쉬지 않는다.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절약정신의 모범을 보이는 일이라는 생각에 하루도 쉴 수 없다.
이 일을 시작한 것은 87년 용인여고에 재직할 때였다. 학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날이 밝아도 가로등이 계속 켜져 있는 것이다. 또 가끔 대낮에 볼 일이 있어 학교를 나오면 역시 마찬가지. 그래서 아침마다 가로등 끄기를 시작했다.
한번은 자전거 브레이크가 고장나 가정집 담을 들이받는 사고가 났지만 거의 기어다니다시피 해서 끈 일도 있었다. 비가 많이 내린 날은 잘못 손을 대다 감전으로 혼난 적도 있어 비가 오면 꼭 고무장갑을 끼고 가로등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