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간의 일제 식민지시대는 분명 우리에게 부끄러운 역사다. 부끄러운 역사도 우리 역사이기에 있는 그대로 직시하여 아픔을 씻어내고 보듬어서 우리 어린이들이 새로운 역사를 당당히 펼쳐나가기를 바라는 시각으로 쓰여진 동화다.
작가의 이러한 역사 읽기의 시각은 ‘잠들어라 새야’(88쪽)에 상징적으로 암시되어 있다. 정신대에 끌려갔다 돌아온 딸을 어머니는 진한 사랑으로 맞이한다. 몸과 마음이 상처투성이인 딸을 맑은 개울물로 씻어준다. 그리고 대웅전에서 딸의 몸을 말려주면서 부처님의 말씀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는 이야기다. 작가는 이 어머니의 마음으로 역사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과 더불어 이 동화는 독특한 형식도 눈길을 끈다. ‘잎새에 이는 바람’(110쪽)은 조선의 젊은 청년들이 실험용 흰 쥐 대신 생체실험을 당했던 사건을 윤동주 시와 겹쳐 쓰기를 한 특이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포스트모던한 글쓰기 방식으로 일제의 잔혹성을 고발하고 있는데 같은 방법으로 글쓰기나 역할놀이를 시켜보자.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역할놀이 형식의 독서토의를 하게 할 수 있다. ‘마사코의 질문’(152쪽)에서 일본 여자아이 마사코는 할머니에게 왜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렸는지를 질문하지만 할머니는 대답을 해주지 못한다.
따라서 모든 등장인물과 마사코, 그리고 현재 시점에 살고 있는 한국아이, 일본아이, 미국아이의 역할을 한명씩에게 맡기고 동화 속 할머니 대신 마사코의 질문에 스스로 대답하는 식으로 진행하면 된다.
정태선(활동중심 언어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