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비틀스 열풍이 분데는 몇가지 계기가 있었다.
우선 새천년 진입을 계기로 많은 미디어들이 지난 천년 또는 100년의 문화유산 중 하나로 비틀스의 음악을 꼽은 것이 그 하나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MTV는 1965년 작품 '예스터데이'가 음악 전문가들에 의해 팝송 사상 최고의 노래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연령을 초월한 비틀스에 대한 사랑은 몇가지 사례에서 여실히 증명됐다.그중 하나는 폴 매카트니, 존 레넌,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등 멤버들이 스스로의 입을 통해 직접 얘기한 내용을 수많은 미공개 사진과 함께 정리한 '비틀스 앤솔로지'의 출판이다. 지난 10월5일 0시부터 전세계에서 동시에 판매된 이 책은 곧바로 권위있는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1위로 올라갈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지난 17일 미국의 ABC방송은 금요일 저녁의 황금시간대에 '비틀스 혁명'이라는 제목의 특별프로그램을 방영했으며 이 프로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은 비틀스의 4인 멤버가 자신의 젊은 시절에 어떤 의미를 가졌었던가를 회고했다. 이 특별방송은 18-45세 연령대의 눈과 귀를 빼앗아 이날 시청률은 금요일 황금시간대 시청률로 지난 3월24일 이래 가장 높은 기록을 세웠다.
비틀스에 대한 인기의 또다른 척도는 새 비틀스 앰범 '1'이다. 이 앨범에 담긴 27곡의 노래는 과거 인기순위에서 1위를 했던 싱글발매곡들이다. 곡 하나하나를 보면 이미 많이 소개가 된 것들이고 다른 앨범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그런 곡들이다. 그러나 이 앨범은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영국에서는 올들어 가장 단시간 내에 많이 팔린 앨범으로 꼽혔다. 발매 첫주에 이 음반은 31만9천장이 팔렸으며 이는 올해초 로비 윌리엄스가 세운 31만3천장 기록을 깨는 것이다.
록 스타 엘비스 코스텔로는 이 앨범의 최초발매분을 사기 위해 수많은 다른 일반 비틀스 팬들과 함께 런던의 HMV 뮤직숍 앞의 끝없이 늘어진 대열에서 기다렸던것으로 보도됐다. CBS 마켓 닷 컴의 기자 존 프리드먼은 지난 60년대 자신이 어렸을적 비틀스 노래만 틀어놓으면 "시끄럽다. 제발 소리 좀 줄여라"고 고함을 치던 자신의 아버지도 그 대열에 끼어있었다고 전했다.
비틀스 전문가들은 40년대 후반에서 50년대 초반 연령의 전후세대를 중심으로한 비틀스에 대한 짙은 향수는 단순한 마케팅 기법이 아니라 음악과 예술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 전문가는 그들의 음악은 음악 자체가 갖는 위대성 외에도 수많은 가수들이 비틀스 곡을 자신들의 방식에 의해 되살리려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비틀스에 대한 인기에 편승해 미국의 대형백화점 체인 블루밍데일은 지난 10월 비틀스 전문매장을 개설해 음반은 물론 각종 기념물 등을 판매하고 있다.
한 평론가는 비틀스의 인기는 그들이 인기절정의 시절에 해체됐고 그중 존 레넌이 어이없게도 팬의 총격에 의해 사망한 사건 때문에 더욱 높아졌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들은 비틀스에 대한 향수는 오는 12월8일 존 레넌 사망 20주기를 맞아 더욱 짙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0월3일 뉴욕주 가석방 위원회는 레넌의 살해범으로 뉴욕중 애티카 교도소에 복역중인 데이비드 채프먼이 낸 가석방요청을 기각했으며 그에 앞서 레넌의 팬들은 3만명의 서명을 받은 가석방 반대청원서를 제출했었으며 레넌의 일본인 미망인 오노 요코와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 등도 가석방 반대 입장을 밝혔었다.
[뉴욕 연합뉴스=강일중 특파원] kangfam@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