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 프레슬리vs에미넴
두 사람은 흑인 음악을 대중화시킨 백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흑백 퓨전’인 미국 문화의 적자(適者)인 셈이다.
흑인이 많이 사는 미시시피에서 자란 엘비스 프레슬리는 당시 흑인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던 리듬앤블루스로 탁월한 흑인 감성의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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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넴의 영화 제목 ‘8마일’은 그의 고향 디트로이트에서 흑인과 백인 거주지를 가르는 도로 이름. 그는 양쪽 모두를 오가며 흑인 친구들과 랩을 부르며 자랐다.
영화에도 흑인 음악인 힙합에 푹 빠진 주인공 래빗(에미넴)을 친구들이 “엘비스”라고 부르며 놀리는 장면이 나온다.
둘 다 기성 세대에게 위험한 존재로 여겨졌다는 것도 공통점. 50년대 미국 사회에 대한 모반으로 여겨졌던 엘비스 프레슬리의 격렬한 엉덩이 춤과 외침에 기성 세대는 ‘소년 범죄를 부추긴다’고 비난했다.
에미넴도 스타나 정치인은 물론 어머니와 자기 자신까지 무차별로 비난하는 랩 때문에 청소년을 망치는 주범으로 지탄받고 있다.
엘비스를 폄하하던 프랭크 시내트라가 TV에 함께 출연한 엘비스를 극찬한 뒤 엘비스가 주류에서 받아들여졌듯, 2001년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엘튼 존이 에미넴의 팬임을 밝히고 듀엣 곡을 부른 일은 에미넴에 대한 기성 세대의 혐오를 누그러뜨리는 계기가 됐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인기가 치솟던 1956년에 제작된 첫 영화 ‘러브 미 텐더’가 엘비스 선풍을 극대화했듯, 에미넴의 첫 영화 ‘8마일’도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스타워즈'아나킨vs에미넴
에미넴의 주변환경은 미국인의 신화라 할 ‘스타워즈’의 주인공 아나킨 스카이워커처럼, 원형적인 영웅 스토리를 연상시킨다.
아나킨과 에미넴은 출생의 미스테리, 불우한 과거와 함께 남다른 재능을 지닌 영웅의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다.
둘다 아버지가 없으나 아버지를 대신하는 특별한 후원자가 있다는 것도 공통점. ‘스타워즈’에서 아나킨을 보호하고 전사로 키우는 오비완 케노비처럼, 에미넴의 프로듀서인 흑인 래퍼 닥터 드레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에미넴은 상상할 수 없다. 내면의 사악함이 선함을 이겨 결국 다스 베이더가 되는 아나킨처럼, 에미넴은 주류 문화의 영웅이 된 뒤에도 그의 노래에서 사악함과 거만함을 감추지 않는다.
1977년 메이저 영화사로부터 번번이 영화화를 거절당하는 수모 끝에 제작된 ‘스타 워즈’가 미국 역사상 가장 수익률이 높고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듯, 에미넴 역시 그의 ‘힙합 게토’에서 빠져나와 스스로 황금알을 낳는 프랜차이즈가 됐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