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에서 치과의원을 열고 있는 아들과 손주들로부터 온 e메일을 체크. 전화보다 세세하고 속깊은 얘기도 나눌 수 있어 좋다. 조간신문을 보다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검색엔진을 통해 살펴본다. CNN에서 리얼타임으로 내보내는 뉴스를 듣기도 하고 일본어학당에 접속해 일본어도 익힌다.
컴퓨터와 마주앉는 시간은 하루 2시간 정도. ‘디지털맨’이다.
“홈페이지도 만들려고 해요. 나모웹에디터를 활용하면 쉽지만 기왕에 만드는 것 내 맘대로, 또 멋있게 만들려고 궁리중이예요.”
김씨가 컴퓨터를 시작한 것은 5년전 건축업을 하다 은퇴한 직후. 케이블TV의 컴퓨터 강좌 프로그램을 찾아 보았고 어느 정도 감을 익힌 98년 3월 펜티업급 컴퓨터를 장만했다. 그해 8월 인터넷 세계와 접속. 작년 봄엔 한국정보문화센터가 주최한 ‘노인대상 인터넷 탐험 한마당’에서 대상까지 받았다.
그는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결코 늦은 것이 아니었다”며 “노인정 친구들에게 컴퓨터를 배워보라고 권하지만 ‘이 나이에’하면서 엄두를 못내는 걸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인터넷 세상에서 헤엄치면 건강해집니다. 손가락으로 클릭하면 한걸음에 미국이나 일본에 달려갈 수도 있고 요즘 유행하는 인기가수의 노래를 들을 수도 있고… 훨씬 젊어져요.”
그러나 그는 G세대에게까지 ‘반말도 아니고 존대말도 아닌’ 어법을 쓰는 네티즌에게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아무리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해도 ‘네티켓’이란 게 있잖아요. 사이버세상도 엄연히 사회인데 위아래는 있어야지요.”
<김진경기자>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