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국인 일본의 노년여성들은 ‘보꾸리’인가 하는 사찰을 줄줄이 찾는다고. 영험한 그 절에서 “너무 오래 살지도 말고, 남에게 폐를 끼지지 않고 죽게 해달라”고 빌러가는 거란다.
아마도 우리 세대는 유사이래 가장 오래사는 무리가 되는 것 같다. 옛 조상적에 우리 노인들은 어찌어찌 살아왔더니라, 하는 옛 모델이 숫제 없다. 설사 있다 해도 요즘같이 초고속으로 변화하는 정보화시대에선 참고가 될 리 없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엔 늙는 얘기 조차 못꺼내게 하는 사람이 있다. ‘늙’자를 입에 올리는 것도 기분나쁘다고 한다. 아니, ‘늙’자를 외면한다고 해서 늙어지지 않는 건 아니잖는가. ‘나도 늙는다’는 사실을 재빨리 받아들이는게 수다. 그래야만 그 다음 대책이 설게 아닌가.
언제까지나 나는, 나만은, 안늙을 듯이 있다가 어느날 닥친 늙음에 당황해하면 안되지. 늙기는 싫다며, 나는 안늙었노라고 뻣대면서 물러날 줄 모르는 이가 되어 세상을 곤혹스럽게 할까 두렵다.
또 있다. 도무지 늙어지는게 뭔지도 모른채 젊은 시절처럼 아무 때나 무엇에나 참견하고, 세상일은 내가 다 다스려야 되어간다고 나대다가 남의 손에 끌려 내려오게 되면 어쩔거나. 이렇게 살다가는 ‘시행착오’‘실수투성이’의 민망한 노년기나 되기 십상이다.
그러니 한 살이라도 덜 먹은 G세대때 나의 ‘늙음’을 받아들일 태세부터 하는 거다. 늙음을 받아들이고 나서 다음 할 일은 ‘회심’이다. 문자 그대로 늙어서 마음을 한번 돌려먹어야 한다는 얘기다.
고광애 (G세대 칼럼니스트)